쉐보레의 수입차업계 내 입지가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지엠
쉐보레의 수입차업계 내 입지가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지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거듭되는 국내시장 판매실적 부진에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친 한국지엠이 최악의 성적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심차게 내딛었던 ‘수입차’로서의 행보에서도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 뚝 떨어진 판매실적·순위… 1년 만에 달라진 위상

한국지엠은 대주주가 외국계이면서 국내에 완성차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다. 그렇다보니 토종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기아와 달리 국산차와 수입차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엔 수입차로서의 성격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추세다.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경영정상화에 착수한 2018년 이후 대대적인 라인업 재편이 이뤄지면서 국내생산 차량의 숫자는 줄어든 반면, 수입판매 방식 차량은 증가했다. 한국지엠은 현재 국내시장에 총 8종의 차량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 국내생산 차량은 스파크·말리부·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등 4종이다. 전체 라인업에서 수입차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이에 한국지엠은 2019년 8월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입을 단행했다. 비중이 높아진 수입차 차량의 걸림돌을 덜어내고,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앞서 수입방식으로 판매한 차량들이 국산 브랜드라는 인식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입차업계에 발을 들인 쉐보레는 등장부터 화려했다. 2019년 11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월간 신규등록 대수 집계에 처음 등장하면서 5위의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 ‘빅4’를 형성해온 4개 독일차 브랜드의 뒤를 잇는 준수한 기록이었다.

‘수입차’ 쉐보레는 이어 지난해에도 1만2,4556대의 연간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수입차업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숨에 1만대 클럽에 가입하며 뛰어난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또한 5위 볼보와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확 달라졌다. 2021년도 이제 12월 한 달만 남겨둔 가운데, 쉐보레는 11월까지 8,553대의 누적 수입차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1% 줄어든 수치이자, 업계 9위에 해당한다. 불과 1년 만에 눈에 띄게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입차업계에서 쉐보레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된 이유로는 한국지엠 전반의 실적 부진과 반도체 대란 여파 등이 꼽힌다. 중형SUV 이쿼녹스의 판매가 잠정 중단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월간 내수시장 판매실적이 3,000대 밑으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여기에 수입차로서의 입지 또한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당면과제가 산적한 한국지엠이 유독 씁쓸한 연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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