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자 백신접종 여부 확인 법적 근거 없다… 접종자별 사업장 별도 관리 안 해”
법무부·소방청 등 기관 및 사기업에서는 소속 근로자 백신 접종 현황 파악
질병청 “방역기관은 출입 엄격히 관리… 청사 출입 시 신분증으로 출입 확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영화관이나 카페, 음식점 등에서 전자출입명부를 통해 방문객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및 변이종 재확산에 백신 3차 접종, 일명 ‘부스터샷’까지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전국 시도별로 1차·2차·3차 접종자 수를 집계해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접종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정부기관과 사기업 등에서도 근무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을 별도로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백신 접종 및 사회규제 등을 관할하는 질병관리청에서는 소속 공무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자료 취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위크>는 지난 9일,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질병관리청 측에 질병청 및 예하 기관을 모두 포함해 근무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접종률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질병청은 지난 14일 정보공개 결정통지서를 통해 답변을 했는데, 관련 자료가 ‘부존재’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부존재’는 ‘비공개’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요청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가 아니라, ‘없다(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질병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답변서를 통해 “코로나19 예방접종시스템상 접종자별 사업장을 별도로 관리 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장에서 직원에 대한 접종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해당 자료를 보관 및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질병청의 설명처럼 직원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기관이나 단체가 접종자나 접종률을 파악하는 것 역시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 안전’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주기적으로 접종률 공개하는 국가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질병청이 정작 소속 공무원들의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부 기관인 질병청이 소속 공무원들의 접종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청사 내에 미접종자가 몇 명인지도 파악이 안 되며, 향후 근무자들의 부스터샷 접종 유무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질병청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정부기관들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법무부나 소방청 등 일부 정부기관에서는 각 소속 근로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유무를 파악하고 있으며, 접종률은 별도로 공개를 하고 있다.

과거 보도를 살펴보더라도 지난 7월 기준 법무부 측은 전국 교정공무원 가운데 만 30세 이상 직원의 경우 96%, 30세 미만은 9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자료를 밝힌 바 있다. 소방청도 지난 17일 0시 기준 소방공무원을 포함한 소방 관리 대상자 6만6,353명 중 6만4,222명이 기본접종(2차 접종)을 완료해 96.8%의 접종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백신 접종자 집계 방식 등에 대해 문의한 결과, 법무부 관계자는 “방역당국의 백신 접종 독려 기조에 따라 공공부문의 솔선수범을 보이고자, 필요시 직원 접종율 제고를 위해 본부 및 소속기관의 접종인원을 파악하고 있다”며 “전 소속기관에서 소속 직원의 접종현황을 개별 관리하고, 본부에서는 이를 주간 단위로 자체 집계하는 방식이며, 가장 최근의 접종률 파악 시점은 지난 20일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기 집계 방식과 신규임용자 및 퇴직자 등 빈번한 변동으로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내부 방역정책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있으며, 법무부 본부에서는 직원을 포함한 출입자의 동의를 얻어 완화된 방역패스를 도입해 확인을 하고 있다”며 “미접종자 출근 및 방문 시에는 48시간 내 PCR음성확인서를 지참한 경우 출입을 허가하고, 미지참시에는 소관 부서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진행해 음성 확인 후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업시설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 코로나19 확산될 수 있다는 미명하에 국민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백신패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시행된 ‘소아 청소년 백신패스 반대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백신패스 반대’를 촉구하는 모습. / 뉴시스

소방청의 경우,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다수인 만큼 백신 접종일정에 따라 대원들의 공가·병가 및 2차·3차 접종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백신 접종 초기부터 접종자를 집계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들 기관 외에도 적지 않은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등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집계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 사기업에서조차 직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부서별로 집계하고 이를 취합하거나, 사내 메일을 통해 접종 여부 회신을 받으면서 접종자와 접종률을 집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우리(질병청)는 방역담당기관이라 근무자들 전부 우선접종을 받았다”면서 “청사는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기관이 아니고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질병청) 출입자의 백신 접종 QR코드 체크는 하지 않는 대신 근무 직원들은 신분증을 찍고 출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질의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질병청 근무자 전체가 우선접종 대상자로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이 아닌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소속 인원만 우선순위로 접종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청의 방역업무와 무관한 근무자들과 그외 질병청 소속 기관의 공무원들은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니라 접종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질병청 관계자가 ‘엄격한 통제‘의 근거로 내세운 ‘신분증’ 역시 청사 출입(出入)이 가능할 뿐, 백신 접종 여부는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탑재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QR코드로 백신 접종 여부를 인증하는 곳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라면서 “법무부나 소방청은 기관이 달라 그쪽에서 그러한 결정(접종자 파악 및 출입자 체크)을 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부스터샷 접종 유무에 대해서도 단순히 “추가접종 대상자는 유효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 문자로 접종 안내를 하고 있다”고 설명할 뿐 별도로 접종을 독려하거나 미접종 사유에 대해서는 집계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국민들에게는 부스터샷 접종을 독려하면서도 질병청 소속 공무원들의 접종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한 헬스케어 전문지의 보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지난 9월 기준, 근무자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집계하지 않아 자료가 ‘부존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민들은 현재 상업시설을 이용할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확인하는 QR코드를 인증하고 있으며, 일부 음식점 등에서는 백신 미접종자 입장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업시설을 입장할 때 유효기간이 지난 QR코드를 제시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밝혀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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