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부터 금융·제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도입에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사업 분야는 바로 ‘아동 콘텐츠’ 분야다./ 그래픽=박설민 기자(원본=Gettyimagesban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IT 이슈를 꼽으라면 역시 가상현실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라고 할 수 있다. 게임·미디어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부터 금융·제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 서비스 도입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중 메타버스 도입에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사업 분야는 바로 ‘아동 콘텐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게임·미디어 콘텐츠뿐만 아니라 비대면 수업, 실감학습 등 다양한 교육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응용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 초등생 92%, “메타버스 이용해봤다”

메타버스 서비스가 아동 콘텐츠 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접근성’에 있다. 어른들의 경우 메타버스가 매우 어려운 IT용어로만 느껴지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 VR·AR(가상·증강현실) 디바이스 등과 밀접한 생활을 해왔던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혀 어렵거나 어색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KAIEA)가 20일 발표한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생들의 대다수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서울 소재 초등학교 두 곳의 총 76명의 4,5학년 학생들의 92%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용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는?’이라는 질문에는 △로블록스(63%) △마인크래프트(11%) △제페토(6%) △기타(20%)라고 응답해 메타버스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인기가 많은 아동 콘텐츠는 역시 게임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메타버스 서비스가 어린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를 ‘코로나19’로 인한 단절에 의한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에 자연스레 빠져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지난달 발간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분석 사례 및 향후 전망’보고서의 저자 두들이즈 김정수 이사는 “2014년 출시된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던 초등학생들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사용되며 큰 인기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KAIEA)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생의 92%가 메타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서비스는 로블록스(63%, 사진 위)였으며, 우리나라 네이버의 자회사 SNOW에서 출시한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사진 아래)를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 비율도 6%에 달했다./ 각 사 홈페이지 캡처

◇ “폭언·디지털 성범죄 등 문제는 해결해야” 

아울러 메타버스가 아동용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수업을 받는 ‘비대면 수업’ 방식에 메타버스가 특화됐기 때문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과 한계(2021)’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를 교과 학습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케이스들이 있는데,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과학 교과에서 이뤄지는 학습들, 예를 들어 신체 내부기관의 학습이나 우주행성에 대한 탐구가 그러하다”며 “직접 가볼 수 없는 곳을 방문하고 메타버스 상에서 역사적 건축물을 복원해보거나 만들어보는 교육사례들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메타버스 서비스가 높은 인기를 끌고,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면서 IT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기반 아동 콘텐츠 시장 역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도 ‘국내 키즈 콘텐츠 시장의 현황 및 시사점(2019)’ 보고서를 통해 “국내 키즈 콘텐츠 사업자들은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공략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향후 키즈 콘텐츠는 AI, AR, VR 등 신기술을 접목해 ‘에듀테인먼트’ 분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국내 IT업계 역시 메타버스 기반 아동 콘텐츠 마련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의 경우 글로벌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와 함께 아이들 전용 메타버스 구축할 예정이다. 양 사는 내년 중 국내 최초로 키즈 메타버스 서비스를 LG유플러스의 ‘U+아이들나라 모바일 서비스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관련 아동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동 관련 메타버스 서비스 규모가 커질 경우, 아동 관련 디지털 성범죄나 폭언, 욕설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비스 안에서 욕설이나 나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약 60%의 초등학생들이 ‘폭언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8월 미국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를 이용하는 12세 여자 아이를 한 남성이 지속적으로 음란 문자와 사진을 보내며 스토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전창배 이사장은 “해당 조사 결과는 우리 초등학생들이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서 과몰입과 욕설, 나쁜 말 문제에 노출돼 있음을 알려준다”며 “메타버스 기술과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메타버스 윤리 문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정부, 기업, 학계, 시민들이 이 부분에 진지한 인식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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