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북한은 여전히 무대응이고,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하고 있어 당사국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신년을 계기로 다른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존재한다.
◇ ‘베이징 올림픽 종전선언’ 사실상 무산 전망
정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삼기를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무대로 한 종전선언 추진은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등의 여파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하자고 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북미정상회담까지 열렸던 경험을 근거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관계 개선이나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정 장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은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다만 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역시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하고 북측 고위급 인사의 참석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 김정은, 전원회의 후 대외메시지 있을까
또 북한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 측을 통해서 북한의 입장을 전달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일련의 신속한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인 대응과 반응이 있기를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7일부터 노동당 전원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및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혹은 북미관계와 관련해 어떤 대외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또 신년에 접어들면서 특별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마지막 날로 예상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과 대외정책에 관한 메시지가 내년 상반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종전선언에 화답하는 메시지를) 전격적으로 낼 가능성은 존재한다. ‘적대시 정책, 이중기준 철폐’ 조건이 유효하게 진행된 상황에서 이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이라며 “전향적인 메시지를 낸다면 종전선언의 불꽃을 다시 살려갈 수 있는데, 다시 한 번 적대시 정책 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존재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 정의용, ‘종전선언 문안 조율’ 강조 의도
그럼에도 정 장관은 미국과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거의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한미 간에 이미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며 “문안에 관해서도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11~12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확대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 문안에 대해 협의를 진전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상 조율이 거의 완료됐다’고 장관 차원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이 장관 차원에서 강조하는 것은 북한을 향해 화답을 촉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종전선언이 어렵더라도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북한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 중임을 시사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전화브리핑에서 “공개적 메시지와 비공개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대북) 외교에 관여할 수 있고 그럴 의향이 있으며 그럴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며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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