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음성결과지 지참해도 입장불가… 백신 미접종자 기피 현상 나타나
일각서 반발… ‘미접종자 거부 식당 지도’ ‘허위 접종 증명’ 부작용까지
정부, 사실상 백신접종 강제… “방역패스, 국민 기본권 침해” 행정소송도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부 방역지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단체 총궐기가 열리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백신패스’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이 ‘백신패스 반대’를 외치는 것과 달리 적지 않은 시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국민들에 대해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듯한 규제를 하면서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오후,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모여 정부의 방역패스(백신패스) 정책을 규탄하는 총궐기를 열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와 ‘소상공인 연합회’로, 약 500여명(주최측 추산 1,50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정치방역을 중단하라” “정부가 공범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방역패스·영업제한 철폐 △소상공인의 지원금 확대 △손실보상법 확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반대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도 유흥시설을 제외하고는 PCR검사 음성결과지를 지참하면 식당이나 카페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지침이다. / 질병관리청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방역패스 기준에 따르면 국민들이 식당이나 카페 등 식음시설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2차 접종)에 한해 최대 4인까지 사적모임이 허용된다. 미접종자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사유는 △4인 모임 내 백신 미접종자 포함 시 48시간 내 PCR검사(유전자증폭검사) 음성 확인서 지참 △의학적 사유로 미접종 △만 18세 이하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단독(1인)으로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경우에는 PCR검사 결과지를 지참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상에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을 거부하는 식당이나 카페, 숙박업소 등이 적지 않아 상업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식당과 카페 등 식음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 중 일부는 정부의 방역패스 기준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접종자가 PCR검사 음성결과지를 지참해도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자영업자들도 있으며, 도리어 “왜 접종을 안 했냐”고 타박까지 하기도 한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차별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의 이러한 미접종자 차별은 자칫 방역패스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현행 방역패스 기준을 위반할 경우 이용자(소비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반면, 방역패스 적용 업소의 1차 위반 적발 시에는 150만원의 과태료와 10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2차 적발 시에는 과태료가 300만원, 20일 영업정지 조치가 이뤄지며, 3차 적발 시에는 3개월 영업정지, 4차 적발에는 시설 폐쇄 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결국 자영업자들이 과태료와 영업제한 조치가 무서워서 정부의 방역패스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 지난 2년간 이어져온 규제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식당을 나타낸 지도(사진)가 온라인에 사이트까지 개설돼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집에가자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일각에서는 반발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러한 ‘미접종자 차별 식당(미접종 식당 가이드)’을 나타내는 지도까지 만들어 소비자들이 식당의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백신 미접종자들이 식당을 이용할 때 참고자료로 이용하라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일부 백신 미접종자들은 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인 등 제3자의 SNS 계정을 대여해 백신접종 인증 QR코드를 인증하면서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백신 접종 허위인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방역패스와 일부 자영업자들의 미접종자 기피 현상에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이같이 타인의 증명서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형사처벌될 수 있다. 타인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인증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10만원이 추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신분증과 계정 정보를 직접 대조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어 이를 현장에서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기존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이라고 강조하며 허가 범위 내에서 접종 연령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AZ 백신은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50세 이상 국민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현상이 감지되자 의학계에서는 ‘방역패스 반대 집단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사진은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의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모습. / 뉴시스

여기에 올해(1월 3일)부터는 백신 접종 완료 유효기간제를 도입해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접종 완료자라 할지라도, 접종완료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부스터샷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QR코드를 인증할 때 ‘딩동’이라는 알림음이 울린다. 이 경우에는 미접종자와 동일하게 취급해 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오는 10일부터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도 방역패스 대상 시설에 포함된다. 사실상 정부가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그간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자유’라고 설명을 해왔으나, 미접종 또는 접종 유효기간 초과 국민에 대해 시설 이용을 규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의사 등 다수 의료계 인사들을 포함해 총 1,023명이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집단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는 백신패스 정책은 ‘정부의 재량권 남용이라 위법하다’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 등을 피고로 행정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원고 측은 정부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식당·카페·학원 등 사회생활 시설 전반에 대한 이용에 심대한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사실상 강요해 수많은 중증환자 및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백신 미접종자들을 차별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익에 비해 국민이 입는 불이익이 현저하게 큰 것이 분명하므로 방역패스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해결을 위해서는 과도한 통제 대신에 먼저 무증상·경증 환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 자연스런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중증환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집중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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