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신년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지난해 말 김 회장을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들이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조직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신년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지난해 말 김 회장을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들이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조직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작년 연말에 단행된 정기인사를 놓고 노동조합 내에선 날선 반응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정도경영·원팀” 강조한 신년사 

DGB금융그룹은 3일 2022년 임인년의 힘찬 시작을 다짐하고 그룹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메타버스 시무식을 열었다. 이날 김태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새로운 DGB 10년을 만들어가는 첫해”라며 “우리의 사명이자 고객에 대한 약속인 ‘따뜻한 금융으로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다’라는 그룹 미션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오 회장은 △정도 경영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매진 △모든 계열사가 ‘ONE TEAM, ONE DGB’로써 그룹 시너지 역량 강화 등 3가지 메시지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2018년부터 정도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객의 신뢰에 부응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올바른 DGB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난관이 있더라도 정도경영의 가치를 조직 곳곳에 깊숙이 녹여내 꿋꿋이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신년 메시지로 강조한 ‘정도경영’은 지난해 터진 불미스런 이슈로 시험대에 오른 실정이다. 김태오 회장은 지난해 말 전·현직 임직원 3명과 함께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회장 등은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전달할 로비 자금 350만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동산 매입 손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해 관련 임직원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 재판리스크 부담으로… 조직안정·경영신뢰 회복 과제 

이 사건이 터진 후, 대구은행 노동조합과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김 회장의 사퇴와 조직 쇄신 등을 요구하며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 의혹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실체적 진실과 차이가 있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향후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같은 재판 리스크는 김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결과에 따라 그의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년 초 김 회장의 최대 과제는 조직안정화 및 경영신뢰 회복이 될 전망이다. 대구은행 노조는 여전히 김 회장을 상대로 날선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단행된 정기 인사를 놓고도 강한 비판을 가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구은행지부는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통해 “지주 임원 인사는 김태오 회장이 저지른 대참사”라며 “또 다시 측근 인사, 보은 인사를 통해 조직을 사유화하고 승진 문화를 훼손했다”로 규탄한 바 있다. 

DGB금융은 2022년 임원 인사에 대해 “안정과 변화를 모두 강조한 김 회장의 인사 원칙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DGB금융은 이번 지주 및 은행 인사에 대해 학연·지연을 탈피하고 성과 및 역량에 중점을 두고 단행했다고 밝혔다. 

과연 김 회장이 내부 반발을 수습하고 경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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