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선언했다. 메머드급이라고 평가 받으며 잡음이 지속된 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본부 체제의 실무형 선거 대책 기구를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윤 후보 스스로가 모든 결정권을 갖는 체제로 변모한 것이다. 

윤 후보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머드라고 불렸고, 민심을 제대로 파악 못한 지금까지 선거캠페인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며 “철저한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 실력있는 젊은 실무자들이 선대본부를 끌고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구상한 선거대책본부 체계는 직능‧정책‧선거대책본부 등 3개 본부에 조직본부로 구성된다. 조직본부는 새 사무총장 산하에 두기로 했다. 선대본부장은 4선의 권영세 의원이 맡기로 했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직 일과 실무 중심의 선대위”라며 “다시 방만한 조직으로 확대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사실상 모든 인사들과 결별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평가된 권성동 사무총장과 윤한홍 의원 등이 모두 사퇴 의사를 내비쳤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도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님께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조언을 계속해 주시길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 ‘후보 역량’이 관건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이같은 결단을 두고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출범 당시부터 반복된 선대위 갈등 속에서 윤 후보로서는 ‘설 자리’가 좁아져 왔기 때문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해 달라”고 한 발언도 그의 리더십에 적잖은 생채기를 남긴 대목이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윤 후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후보 중심의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이지만, ‘정치 초보’인 윤 후보가 조력자 없이 대선 국면을 홀로 헤쳐나가겠다는 데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혼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지지율 하락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비단 선대위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간 윤 후보가 보여준 언행 등이 중첩되면서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사실상 윤 후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된 상황에선 그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된 셈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실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게 된 것이 선대위가 추락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본인의 언행이 거칠고 어떻게 보면 실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거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질부족 논란이 일 정도로 비전이 불투명하고 공약도 숙지가 안 된 모습을 보였다”며 “그런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상황을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저의 책임”이라며 “가족 관련 문제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끼쳐드려 죄송하다. 이 부족에 대해 국민여러분께서 주시는 회초리와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30 세대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걸 약속한다”며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국민께서 듣고 싶어하는 그 말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