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AI 의료 기술’에 대한 시장 가능성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윤리적·법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수술 및 진료 도중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AI 의료 기술’에 대한 시장 가능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정교한 진단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등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는 오는 2027년 글로벌 AI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994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AI 의료 기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윤리적·법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수술 및 진료 도중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 AI 의료사고, ‘자율판단’ 없는 AI에겐 책임 지우기 어렵다

먼저 AI 의료 기술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명확한’ 법률은 아직 없다고 볼 수 있다. AI가 각종 산업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 윤리 및 도덕적 기준이 완전히 마련된 상태라고 보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IT분야 전문가들은 AI의료기기로 인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시 AI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AI제작자나 이를 사용한 병원 측에 책임이 있는지 아직 명확하진 않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고 과정과 유사한 자율적 판단을 수행하는 주체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법적 책임주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원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인공지능(AI) 의료기기 현황 및 규제 이슈(2018)’ 보고서에서 “AI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진료하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결과 즉,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권에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SW 개발자, 의료기기 제조업자, 의사, 병원, 환자 등 어느 주체가 책임을 질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의료기기가 적용될 수 있는 관련 법령으로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이 있지만, 동 법은 산업 진흥 차원에서 개발 및 보급에 초점을 둔 법률이기 때문에 이러한 쟁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I 의료기기 사용 시 의료 데이터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의료 장비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소유 및 관리 권한이 모호해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기관별로 진행되고 있어 이것이 법적인 이슈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산업팀은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현황 및 이슈(2)’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다량 의료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특별법 등 다양한 법적 이슈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법규에 따르면 모든 환자에게 동의를 얻은 데이터만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합법적인 방법이나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특히 주어진 데이터로 무슨 기술이 개발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동의를 얻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법률 분야 및 형사처벌 분야 전문가들은  AI의료기기를 일반 의료기기처럼 봐야 하며, 이것을 잘못 만든 제작자와 사용을 잘못한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법조계 전문가들 “AI의료사고 책임, 의사·병원·제작자에게 있다고 봐야”

다만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AI 의료 관련한 법안 및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행법들 기준으로 예측해본다면 AI로 인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시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일단 법률 분야 및 형사처벌 분야 전문가들은 AI의료기기를 일반 의료기기처럼 봐야 하며, 이것을 잘못 만든 제작자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내용은 최민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수술로봇을 이용한 의료수술과 형사책임의 귀속(2017)’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로봇을 이용해 수술을 직접 집도한 ‘의사와 수술팀’에 대해선 로봇수술을 주도하는 집도의와 수술팀의 형사책임 여부를 논할 수 있다. 수술팀 전원이 각자 역할에 집중하고 다른 팀원의 수술을 감독하고,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함께 대처하기 때문이다. 특히 AI로봇을 활용한 수술의 경우, AI에 명령을 내리는 집도의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두 번째 AI로봇수술을 수행하는 집도의의 수술팀이 속해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 AI의료기기를 구입해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몫인 만큼, 형사책임 역시 존재한다. 또한 수술로봇을 이용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도록 허용한 곳도 의료기관인 만큼, 법인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형사책임이 있을 수 있는 책임자는 ‘제조업자 및 판매자’다. 로봇수술에서 발생하는 의료과실은 의사가 수술을 선택하거나 콘솔에 앉아서 수술을 잘못 집도했을 때 일어나기도 하지만, 기계 자체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조업자 및 판매자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것이 논문의 저자 최면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최민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치료방법의 선택은 의사의 치료적 재량권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수술로봇 치료법과 기존 수술법과의 명확한 의료적 효과의 차이가 증명되지 않는 한, 의사에게 (형사상 주의의무위반이) 귀속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전의 숙달경험 없이 미숙하게 수행된 로봇수술로 인해 발생한 과실은 인수책임의 차원에서 의료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수술시스템 자체의 관리부족으로 인한 의료과실 발생에 있어서도 의사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이것이 바로 형사책임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서 기존의 제조물책임 법리도 재검토를 요하며, 제조물책임 판단기준과 관련 법령도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당 기사는 2022년 1월 6일 오후 5시 33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으나, 이후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이름이 잘못 표기된 사실이 확인돼 1월 11일 오전 11시 31분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연구위원님께 사과 말씀 드립니다. 수정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정 전) 최민형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수정 후) 최민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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