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그룹이 한앤컴퍼니와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양유업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경영개입 의혹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대유위니아그룹이 한앤컴퍼니와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양유업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경영개입 의혹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유위니아그룹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양유업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잡음 및 법적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흐름 속에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을 원만히 품을 수 있을지, 이 같은 인수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주목된다.

◇ 경영개입 아니라지만… 수그러들지 않는 잡음

조건부 인수 계약을 맺은 대유위니아그룹과 남양유업은 최근 경영개입 논란이 불거지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대유위니아그룹이 벌써부터 남양유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대위위니아그룹의 남양유업 인수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요한 변수를 남겨놓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상당한 문제다. 

앞서도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불가리스 사태’로 거센 파문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및 고위 경영진이 물러났고, 급기야 회사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매각으로 수습되는 듯했던 사태는 이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양측의 계약이 난항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해 5월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던 홍원식 회장은 두 달여 뒤 매각 절차 마무리를 앞두고 돌연 잠적했고, 이후 한앤컴퍼니와 대립각을 세운 끝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컴퍼니 측은 홍원식 회장에게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원식 회장은 지난해 11월 대유위니아그룹과 새로운 약정을 체결했다.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여건이 갖춰질 경우, 대유위니아그룹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조건부 계약을 맺은 것이다.

홍원식 회장과 대유위니아그룹은 조건부 매각 계약을 맺으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이 자문단을 통해 남양유업의 경영정상화 추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해 12월 자문단을 남양유업에 파견했다. 한앤컴퍼니와의 분쟁, 이어진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조건부 계약, 그리고 자문단 파견 모두 무척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대유위니아그룹이 사실상 남양유업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유위니아그룹 측 인사들이 남양유업 요직을 차지하고, 조직구조를 대유위니아그룹식으로 개편하는 등 단순한 경영정상화 지원 및 자문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문 및 협력일 뿐, 경영개입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남양유업의 경영 전반은 남양유업 임직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자문단은 경영 개선을 위한 자문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적용하고 있으며, 자문단은 결재 등 어떠한 권한도 없다. 급여도 대유위니아그룹에서 지급한다”고 밝혔다. 대유위니아그룹 측 역시 “어떠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같은 입장이다.

그럼에도 대유위니아그룹의 자문단 파견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대유위니아그룹 입장에선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지원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유위니아그룹이 파견한 자문단엔 임원 등 핵심인사들이 포함돼있으며, 이들은 기존의 자사 업무를 병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대유위니아그룹은 별도의 자문료 등은 받지 않는다. 만약 남양유업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인력 등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 대유위니아 측은 “남양유업은 현재 심각한 경영공백을 빚고 있고 경영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조건부 인수 계약을 체결해 인수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적정한 선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또 다른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홍원식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체결한 조건부 계약을 무효화해달라는 가처분 소송도 추가로 제기한 상태다. 만약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유위니아그룹의 남양유업 지원은 물론 인수 추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남양유업 인수는 애초에 그 효과를 향해서도 물음표가 제기된 바 있다. 전자제품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영위 중인 대유위니아그룹과 식품기업 남양유업은 서로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유위니아그룹 측은 최근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트렌드 속에 이종산업간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남양유업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남양유업의 매각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데다, 대유위니아그룹이 사실상 홍원식 회장의 ‘백기사’ 역할에 나선 만큼 부정적인 여론이 대유위니아그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잡음 및 물음표 속에 이어지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남양유업 인수 추진이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 또 남양유업 인수가 어떤 효과 혹은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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