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상장한 롯데렌탈의 주가가 새해 들어서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지난해 8월 상장한 롯데렌탈의 주가가 새해 들어서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8월 세간의 큰 관심 속에 상장한 뒤 부진을 면치 못해온 롯데렌탈 주가가 새해 들어서도 무기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주가 흐름이 지속되며 김현수 대표의 ‘속앓이’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 신동빈 회장 숙원과 직결되는 롯데렌탈 주가

11일, 롯데렌탈 주가는 3만6,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일 종가 대비 소폭 하락한 것이자, 주가 변동이 없었던 지난 7일을 포함해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말 3만8,100원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 롯데렌탈 주가는 새해 첫날부터 소폭의 하락세로 시작했다. 이튿날엔 소폭의 상승세로 장을 마쳤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19일 상장한 롯데렌탈의 공모가는 5만9,000원이었다. 하지만 상장 첫날 극초반을 제외하면 주가는 단 한 번도 공모가 위로 올라서지 못한 채 추락을 거듭했다. 상장한지 두 달도 채 안된 지난해 10월 6일엔 주가가 장중 한때 3만5,75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잠시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공모가는커녕 5만원도 회복하지 못한 채 4만원 안팎에 머물렀을 뿐이다.

‘상장사’ 롯데렌탈이 예사롭지 않은 기류를 보인 것은 이미 상장 준비 과정에서부터다. ‘대어급’이란 평가에 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청약 경쟁률 모두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217.6대 1)은 앞서 뜨거운 관심 속에 상장한 기업들이 1,000대 1을 가뿐히 넘긴 것에 비해 초라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 ‘거품 논란’ 속에 상장한 게임사 크래프톤(243.15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반청약 경쟁률도 65.81대 1에 그치며 역시 비슷한 시기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178.9대 1)에 한참 못 미쳤다.

롯데렌탈은 급기야 상장 첫날 성공적인 상장을 상징하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은 고사하고 하락세로 장을 마감하며 무기력한 행보를 시작하더니 5개월여가 지난 현재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가 반등의 기미조차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롯데렌탈은 생활가전·사무기기·산업설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렌탈사업을 영위하며 준수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조5,3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이 2020년 2조2,500억원대로 꾸준히 증가해왔고, 상장 후 첫 실적발표였던 지난해 3분기엔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등 미래 비전도 밝다. 

이러한 사업 및 실적 행보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충분한 사안이다. 하지만 롯데렌탈의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렌탈의 상장을 진두지휘해온 김현수 사장 입장에선 이 같은 주가 흐름이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김현수 사장은 상장을 앞두고 있던 2020년 8월 롯데렌탈 대표로 낙점돼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시기적으로 이례적인데다, 롯데물산 대표로 취임한지 8개월여 만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인사였다. 이는 김현수 사장이 롯데렌탈의 성공적인 상장이란 중책을 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물론 김현수 사장은 롯데렌탈의 상장을 큰 탈 없이 마무리 지었다. 다만, 사실상 흥행에는 실패했고,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중책을 원만하게 완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롯데렌탈 주가가 지닌 특별한 의미를 고려하면 김현수 대표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롯데렌탈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이고, 2대주주는 부산롯데호텔이다. 두 회사 모두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다. 또한 호텔롯데는 과거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지적의 근거로 작용했다. 현재도 호텔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롯데지주 2대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앞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그룹과의 지배관계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한국 롯데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은 지주사 체제 전환 등으로 마무리된 상태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렌탈 주가는 호텔롯데 상장 추진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다. 롯데렌탈의 주가가 올라갈수록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상장 또한 수월해지게 된다. 단순히 일반주주 뿐 아니라, 신동빈 회장 역시 롯데렌탈 주가 상승이 간절한 이유다.

새해에도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가게 된 김현수 사장이 올해는 주가 반등이란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