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도 백신 접종 위험환자, 아무것도 모르는 보건소 직원이 퇴짜”
지난해 12월부터 피해사례 속출… 보건소 “‘기준’에 안 맞아서 안 된다”
질병청 “질병으로 방역패스 예외 인정 않아”… 의학적 사유도 제한적 인정
보건소 “질병청에서 지침대로만 하라고 지시 있었다… 재량권 없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12일&nbsp;‘위드 코로나(With Covid19)’의 시작을 위해선 백신 2차 접종률이 60%가 넘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br>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불가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은 환자일지라도 질병관리청이 정한 고시에 포함되지 않는 질병이거나 부작용인 경우에는 백신 접종 예외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국민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화하는 조치인 ‘방역패스(백신패스)’를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질병이나 부작용, 임신 등 의학적 사유로 인해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국민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의 사용이 제한되는 등 기본권과 자유권이 박탈되는 양상까지 나타난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과 국민들의 지적에 ‘의학적 사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 지침을 지난해 10월말쯤 마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백신 접종 예외 사유를 인정하는 폭이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 서류를 발급해주는 보건소에서는 환자 등 백신 접종이 불가한 이들이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음에도 서류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례자는 “담당 주치의 선생님이 ‘해당 환자는 뇌압이 너무 높아 백신 접종 시 뇌에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뇌압 상승 시 부작용으로 실명의 위험도 있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발급해줬지만, 보건소에서는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을) 안 해준다”며 “나를 꾸준히 봐온 주치의가 내린 의학적 소견서가 있음에도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보건소와 정부가 퇴짜를 놨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임산부와 출산 후 면역력저하 및 안면마비 증세가 있는 환자, 지주막하출혈(뇌출혈)로 쓰러진 후 회복해 마약성진통제를 복용 중인 환자 등도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을 받기 위해 보건소에 의료진의 소견서를 제출했으나 거부를 당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의료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은 방역패스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률 90%를 넘긴 상황에서 억지로 방역패스를 적용할 필요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위법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의료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은 방역패스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률 90%를 넘긴 상황에서 억지로 방역패스를 적용할 필요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위법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뉴시스

이러한 상황을 호소하는 사례는 지난해 12월쯤부터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 소견서에도 백신 예외자로 인정 받지 못한 사례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준’에 맞지 않아서 발급이 불가하다는 게 보건소 측 설명”이라고 말한다.

보건소 측이 내세우는 ‘백신 접종 예외 인정’의 기준은 질병관리청 코로나19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지난해 10월 29일 배포한 보도자료 내 문구가 포함돼야 하는데, 해당 환자들의 의사 소견서에는 관련 문구가 없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얘기다.

질병청의 당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의학적 사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란, △1차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등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타나 접종이 어려운 대상 △면역결핍자 또는 면역억제제, 항암제 투여 중인 환자 △코로나19 국산백신 임상시험 참여자 등이 해당된다.

이 중 백신 1차 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 증상에는 △아나필락시스 △혈소판감소성혈전증 △모세혈관누출증후군 △심근염·심낭염 △길랑바레증후군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을 신고한 경우는 별도의 증빙자료 없이 보건소에서 예외확인서 발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학적 사유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불가한 상태인 환자들 중에 1차 접종 후 부작용 등의 문제가 아니면서 면역결핍자 또는 면역억제제, 항암제 투여 중인 환자에도 포함되지 않으면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 서류 발급 대상이 아니다.

또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일지라도 의사 소견서에 ‘항암제 투여’라는 문구가 아닌 유사 문구로 소견서가 작성되는 경우에도 일부 보건소에서는 접종 예외 인정 서류 발급을 거부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뉴시스
올해 1월 10일부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하며, 백신 접종 여부 유효기간도 접종 완료일로부터 6개월로 유효기간제가 시행돼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 뉴시스

질병청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재 질병 기준으로 방역패스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학적 사유로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는 1차 접종 후 중대 이상반응 및 지방자치단체의 접종 금기·연기 통보를 받은 경우, 면역결핍자 또는 항암제·면역억제제 투여로 접종연기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서 또는 진단서가 있는 경우, 그리고 백신 구성물질에 중증 알레르기 발생 이력으로 접종 금기가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서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정부 기관의 행태를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보건소 측은 질병청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 기관인 만큼 질병청의 ‘고시’를 충족해야만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 서류를 발급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내에 위치한 A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 문의가 상당히 많아 자치구에 위치한 보건소나 각 자치구에서 질병청에 관련 내용에 대해 재차 문의를 했으나 질병청으로부터 ‘고시한 기준 외 환자에 대한 백신 접종 예외 인정은 안 된다’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B보건소 관계자도 “현재 질병청에서 고시한 규정 외에는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 서류) 발급을 해주지 말라고 질병청에서 업무지시라고 해야 할까, 그런 지침이 있다”며 “질병청 지침, 규정에 보건소에서 판단해서 발급을 해주라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만 발급을 하라고 지시해 우리(보건소)가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당장에는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보건소 일선의 문제가 아닌 관리감독 기관인 질병청과 정부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셈이다. 이러한 탁상행정으로 인해 고혈압 환자나 심장병 환자, 그리고 마약성 치료제 등을 복용 중인 환자나 임산부 등이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의료기관의 진단서나 소견서마저 무시당하는 실정이라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이르면 12일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두형 영남대학교 의대 교수 등이 지난해 12월 31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신청에 대한 결과다.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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