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은 74개의 ‘혁신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뽐냈다. 이에 K-스타트업들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ES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이 다양한 최신 ICT기술들을 뽐내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점은 우리나라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K-스타트업들 역시 이번 CES 2022에서 ‘IT강국’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점이다. 국내 중·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안정적 사업을 추구하는 대기업들에게서 볼 수 없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CES 2022 휩쓴 ‘K-스타트업 바람’… 혁신상 74개 석권

1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번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벤처·창업기업은 74개다.

CES 혁신상은 CES 2022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IT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27개 부문에서 CES에서 전체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이 404개사임을 감안하면 약 20%가 한국의 스타트업들인 셈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이번 CES 2022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높은 성과를 보인 부분은 ‘디지털 건강 분야’다. 국내 벤처·창업기업은 총 23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이 중 디지털 건강 분야에 속하는 ‘건강&건강살이’ 부문에서 25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부문에서도 14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수상제품 중 다수가 AI기반 소프트웨어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해당 성과에 대해 그동안 미국·중국 등 해외 AI선진국에 비해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우리나라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 또 주목할만한 점은 우리 스타트업들이 보여준 IT제품들 중 눈에 띄는 것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펫테크(Pet-tech: 반려동물+기술)’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산업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펫테크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200억달러(한화 23조4,8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펫나우(Petnow)’에서 선보인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은 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굵직한 대기업들과 함께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펫나우 유튜버 캡처

특히 스타트업 ‘펫나우(Petnow)’에서 선보인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은 전 세계 IT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펫나우의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은 AI를 이용해 반려견의 코의 무늬(비문) 패턴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펫나우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굵직한 대기업들과 함께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에이아이포펫(AIFORPET)’에서 개발한 반려동물 건강관리앱(App) ‘티티케어(TTcare)’도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건강&건강살이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에이아이포펫은 국내서 AI진단 소프트웨어로는 최초로 ‘동물용 의료기기’허가를 받은 바 있다.

중기부 차정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우리 창업기업이 CES 2022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한 혁신 창업가들의 열정과 혁신창업 열기 확산이 빚어낸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2의 벤처 열기를 바탕으로 전 세계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혁신 기술을 보유한 국내 창업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대부분은 정부 및 민간 기업에서 지원받은 경우가 많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운영 중인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 1개 최고 혁신상과 21개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 K-스타트업, 더 높은 곳 날기 위해선 정부·민간 지원 있어야

이처럼 세계 IT업계에서 우리나라의 K-스타트업들이 뛰어난 기술 경쟁력을 보여줌에 따라 이들을 국가적·기업적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유했지만 자금 및 인력에서 부족한 소규모 스타트업들을 기업과 국가에서 지원할 경우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인 것은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C랩(Creative Lab)’이다. C랩은 삼성전자에서 운영 중인 도입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발굴-구현-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기여를 위해 지난 2012년 12월 삼성전자가 도입했다.

삼성전자 C랩의 지원은 실제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CES 2022에서만 봐도 C랩에서 지원받은 스타트업들이 1개 최고 혁신상과 21개 혁신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최고 혁신상은 앞서 소개한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을 개발한 ‘펫나우’다. C랩 스타트업들은 2017년부터 CES 혁신상에 출품해 작년까지 총 20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CES 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 60개사 중 29개가 우리나라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정책인 ‘팁스(TIPS)’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창업기업을 발굴 및 육성하는 사업이다. 민간 운영사가 선투자(1∼2억원)한 창업기업에 정부가 연구개발(R&D, 최대 5억원), 사업화(최대 1억원), 해외 마케팅(최대 1억원) 등을 연계 지원한다.

이처럼 국내 스타트업들, 특히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해외 무대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정부부처들은 올해도 촉망받는 ICT 관련 스타트업들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청년 대상 디지털 자원인 데이터·AI·클라우드 바우처 등 지원을 확대하고, 선배기업인 등으로 구성해 창업의 전주기를 지원할 ‘키다리아저씨 재단’을 올해 상반기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우리동네 디지털 창업캠프도 5개 지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글로벌 스타트업의 국내 유치를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간 조인트벤처 설립을 지원하고, 글로벌 인턴십(280명) 및 해외 연구진과의 교류(73억원) 등도 신규로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올해 모험자본과 인재 유입을 통한 벤처 성장 가속화를 위해 약 2조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톡옵션(회사가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 확산 및 벤처·창업기업 맞춤형 인력 1,200명 양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ICT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기술 규제’ 해소를 위해 규제자유특구 신규 지정(5개 내외)도 추진한다. 또한 종료되는 실증사업 안착화(법령정비, 임시허가 전환)를 통해 성과를 확산할 계획이며, 테크노파크(TP)도 지역기업 종합지원기관으로 강화해 지역 주력산업을 견인할 선도기업을 발굴(100개)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목표다.

중소벤처기업부 권칠승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구조 변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 중소·벤처·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과 온라인 역량 강화 등 자생력 제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탄소중립·ESG 등 글로벌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넘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 벤처·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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