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제보자 이모 씨 빈소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제보자 이모 씨 빈소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보한 이모 씨에 대한 부검 결과가 심장 질환으로 밝혀지자 이 후보 측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 소견을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과수 부검의 구두 소견”이라며 “부검 결과 시신 전반에서 사인에 이를만한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동맥 박리 및 파열은 주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발생하는 심장질환이다.

사망 일시에 대해서도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1일보다는 마지막으로 외출한 8일에 가깝다고 추정했다. 일부 유족이 이씨에게 지병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주변인 중에는 몸이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답했다.

이씨가 발견됐을 당시 입에 수건을 물고 있었고, 시신 주변에 피와 약봉지가 발견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수건은 전혀 없었고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이 부패하면 몸속에서 부패액이 흘러나온다. 약봉지는 주변에 있었지만 무슨 병인지는 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국민의힘·국민의당 향해 사과 요구

경찰 발표 후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망자의 죽음을 이용한 흑색선전에 대해 사과하라”며 “안타까운 고인의 사망원인이 이제 밝혀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개인의 죽음과 유가족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정쟁에 도움이 된다면 흑색선전에 이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이어 오늘도 고인의 죽음을 두고 ‘연쇄 간접살인’이라며 이를 확대하고 퍼뜨리려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행태는 정치의 금도를 넘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까지 나서 ‘죽음의 열차, 데스노트’ 등 소설책에나 등장할 선정적 어휘로 사실을 호도하려 애쓰고 있다”며 “물불 안 가리고 이재명 대선후보에 흠집만 내면 된다는 국민의힘의 막가파식 질주는 그 의도가 불 보듯 뻔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 또한 이런 자당의 행태를 바로잡기는커녕 방관하고 부추겼다”며 “국민을 책임지겠다는 대선후보라면 윤 후보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상언 선대위 대변인도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국민의힘의 마타도어에 동참하시는 건가. 당장 인격살해를 멈추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곽 대변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오늘 ‘살인멸구(殺人滅口)’라는 망발로 ‘여당 대통령 후보 죽이기’에 나섰다”며 “안 후보는 ‘분명히 죽음의 기획자와 실행자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의 금도를 넘은 것은 당연하고, 금도를 넘은 위험한 언어로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민의힘의 음모론에 버금가는 구태정치를 태연자약하게 답습한 안 후보의 태도는 ‘적폐 교대’에 다름 아니다”며 “한 사람의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지 권력 획득을 위한 음모의 대상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신의 망언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말했다.

◇ 집중된 흑색선전에 정치 피로감 높아져

앞서 이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직접 “원인을 떠나서 (이 후보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고, 이준석 당대표는 본인의 SNS에 “이재명 후보가 이분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할지 기대도 안 한다. 지켜보고 분노하자”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당 역시 곧장 논평을 내고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을 정도다. 정작 이 후보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가증한 미소만 띠고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고 이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정의당 장혜영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의혹 관련 인물들의 갑작스런 죽음만 벌써 세 번째”라며 “우연의 연속이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오싹하고 섬뜩한 우연”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를 향해 이들이 일제히 책임을 돌린 이유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된지 한달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남시 ‘윗선’과 연결고리로 지목되던 유 씨는 지난 해 12월 10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실종된 뒤 한 아파트 화단에서 추락해 시신으로 발견됐고, 김 처장은 지난 해 10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후 21일 경 숨진 채 발견됐다.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연속된 죽음 후 ‘자살당했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가운데, 제보자인 이씨가 숨진채 발견되자 정치권에서 일제히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국과수에서 이씨의 죽음을 규명하면서 선을 넘는 흑색선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모습이다. ‘역대급 비호감 경쟁’이라는 20대 대선에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이 쌓여가는 가운데 ‘데스노트’ 논란까지 일자 과하다는 비판이다.

한 야당 선대위 관계자는 “마타도어 의혹에 불을 당긴 것이 결국 야당 인사들의 부추김 아니었냐”며 “생각보다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설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냥 심장마비였다. 이런 상황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된다면 오히려 당 이미지도 같이 망칠까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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