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할 예정인 서울 마포구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와 한 유튜브 채널 기자의 통화 녹취록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해당 녹취록이 MBC를 통해 방송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결사항전’ 태세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를 막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이러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의힘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과 관계자들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을 방문했다. MBC는 오는 16일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김씨와 유튜브 채널 기자 간 7시간 분량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은 이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국민의힘은 전날(13일)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방송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이같이 격렬한 태도를 보이는 표면적 이유는 해당 녹취록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해당 기자와 통화가 ‘취재용’이 아닌 ‘사적 대화’였다는 게 핵심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사인(私人) 간 통화녹음을, 그것도 동의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 녹음 내용을 공영방송이 대놓고 틀겠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해당 녹취록이 보도될 경우 정치적인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앞서 김씨의 ‘허위경력 논란’ 등이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데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국민의힘이 연일 녹취록 공개에 대해 ‘정치적’, ‘의도적’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 ‘언론 입막음’ 모양새에 ‘이슈화’까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응이라지만, 오히려 덧나는 꼴이 됐다. ′녹취록′ 방송을 막기 위한 국민의힘의 대응이 언론에 대한 ‘입막음’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언론중재법’을 두고 ‘언론재갈법’이라고 날을 세워온 국민의힘이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이런 행위는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윤호중 원내대표 역시 “부당한 방송장악 시도이고 언론 길들이기 차원의 겁박”이라며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간섭행위를 하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당이 이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대중적 관심과 이목이 집중됐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사안이 이슈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된 만큼, 온라인을 통한 공유 등 잔불이 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냥 헤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해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놨다”며 “이를 막으려고 해본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지금 언로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질책했다. 박영선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판을 키웠다. 완전히”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가처분 신청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겐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과거 이재명 지사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가족 간 녹음을 공개하면서 ‘검증’, ‘알권리’라고 했다”며 “그런데 이번 사안은 통화를 강요한 것도, 가족 간 민감한 문제도 아닌 정치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오히려 ‘내로남불형’으로 문제를 키워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이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발언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 발언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 없는 대화 등에 대한 부분을 금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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