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4 08:22
이재명의 탈모 건보지원 ‘모퓰리즘일까'
이재명의 탈모 건보지원 ‘모퓰리즘일까'
  • 이선민 기자
  • 승인 2022.01.14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탈모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탈모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탈모 공약이 공식화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후보는 14일 본인의 SNS를 통해 “탈모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탈모약의 건보 적용 공약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 청년 탈모인들 호소에 시작된 ‘소확행’ 공약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지난 2일 청년선대위가 제시한 공약 일부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반영할 것을 이 후보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탈모인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탈모방지용 샴푸를 만드는 한 회사의 주식은 상한가를 찍었다. 이에 화답해 이 후보는 4일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겁니다”라는 동영상과 함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0여일 후 이 후보의 페이스북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46번 째 공약으로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 후보는 ‘탈모 치료가 곧 연애고 취업이고 결혼이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단 한 문장이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건강보험 적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또한 일상에서 차별적 시선과도 마주해야 하기에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탈모 치료를 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의 청년이고, 남녀 비율이 비슷한 만큼 특정 연령이나 성별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비싼 약값으로 인해 동일 성분의 전립선 치료제를 처방받는 서글픈 편법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국가가 적절하게 지원해 탈모 치료에 도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탈모 치료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함께 중증 탈모 치료를 위한 모발이식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 우려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적정 수가를 결정하면 건강보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포퓰리즘 지적을 의식한 듯 그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미용으로 취급되던 치아 스케일링, 고가의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며 “이때와 달리 탈모인들의 고통과 불편을 외면한 채 포퓰리즘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내로남불에 가깝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 남녀노소 없는 1000만 탈모인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병적 탈모’로 진료받은 인원은 23만 3,000명으로 2016년 21만 2,000명 대비 9.9% 증가했다. 30대 이하 탈모환자가 절반이 넘는다(51.4%). 그리고 남성이 13만 3,000명(57.2%)으로 여성에 비해 다소 많았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탈모환자는 전체 탈모인의 2.3%에 불과 할 뿐만 아니라 탈모약 복용 시 민간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거부될 수 있어 이중 소외라는 지적도 있다.

공약을 구체화하기 전 가진 청년탈모인 초청 간담회에서 이경선 서울시의원은 “출산 이후 임산부의 탈모는 100%다”며 “스트레스 탓에 탈모와 생리불순이 함께 오기에 더 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여성 탈모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탈모 문제는 남녀노소 없이 해당되는 영역인 셈이다.

우리나라 탈모인구는 진료를 받은 인원 외에도 치료를 포기하거나 탈모 고민을 안고 있는 간접적 탈모인까지 포함하면 1,000만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 후보의 탈모 공약이 지역과 이념을 떠나 ‘1000만 탈모인’을 결집시킨다면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규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심성 정책, ‘모(毛)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표를 찾아다니는 데는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국정을 책임지려는 입장에서는 해결 방법이 건보 적용밖에 없나”며 탈모약 제네릭(동일 성분의 카피약) 가격 인하와 탈모 연구 지원으로 탈모인의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이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 선대위에서는 “이번 공약화 과정이 그간의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실질적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자료 검토 및 논의를 진행한 결과다”며 “탈모 치료의 급여화가 이뤄지면 탈모 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관련 제품 개발의 활성화 효과와 이에 따른 기존 제품의 가격 인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탈모 공약 하나로 지지 결정 하지 않는다”

이 후보의 공약이 구체화 된 후 논란은 재가열됐다. 이번 공약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뉴스 댓글과 SNS 등에 “건강 보험 재정을 거덜 낼 심산이다”, “탈모에 건강 보험이 지원된다면 성형에는 왜 건강 보험이 지원이 안되느냐, 못 생긴 것도 치료해 달라”는 등의 격한 반응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탈모인들은 “공약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들은 티가 난다”, “모발 이식도 함께 검토한 것이 마음에 든다. 평생 먹는 탈모약에 처방전을 없애겠다는 공약도 포함됐으면 좋겠다” 등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동시에 “탈모 건강보험 지원 정책 하나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약을 포함해 전반적인 검토 후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이 상당했다.

이번 이 후보의 탈모 공약은 단순히 새로운 공약으로의 의미보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10여일 만에 새로운 공약을 꺼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이에 대해 “선대위 쇄신으로 나타난 대표적 변화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화제가 돼 후보 광고가 나오기까지 24시간이 채 안 걸렸다”며 “대선 캠프가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긴 쉽지 않다. 선대위가 매우 기민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다음 정부가 어떤 정부가 될지 선대위 캠프로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