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이 짙은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이 짙은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가 결국 허무하게 무산됐다.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게 산업은행 울타리 안에 머무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이 짙은 안갯속에 놓인 모습이다.

◇ 산업은행과 작별 실패한 대우조선해양

2019년 1월 30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우조선해양 M&A 추진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이는 초대형 조선사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된다는 점에서 체질개선이란 숙원을 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통 또한 만만치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사회도 매각에 우려를 표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간 경쟁사에 매각될 경우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인수를 위한 준비에 해당하는 지주사 체제전환 과정에서 노조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고, 지역사회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절차 또한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M&A를 완료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를 비롯해 총 6개 국가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까다로운 EU에서의 심사가 난항을 겪으며 거듭 지연된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빅딜’은 EU의 기업결합 심사 관문을 넘지 못한 채 끝내 좌초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지난 13일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심사를 진행 중이던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하는 등 M&A를 전면 백지화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는 허무하게 무산된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를 겪었으며, 결국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20년 넘게 산업은행 울타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반복하며 혈세 지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도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태다. 한때 15조원에 달했던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은 2020년 7조원대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역시 3조1,300억원대에 그치며 더욱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1조원대의 누적 영업손실과 7조6,600억원대의 부채, 297.3%의 부채비율을 기록 중이다.

물론 최근 조선업계 전반에 호황기가 돌아왔지만, 이것이 흑자전환 등 실적에 반영되기 까지는 2~3여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3년여의 시간을 허비하게 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또한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규모 및 업종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인수 가능 주체가 제한적인데다, 해당 주체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체제가 지속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문제는 물론,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 역시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사끼리의 출혈경쟁 등 비효율적인 실태가 지속될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위기를 겪을 때마다 혈세 투입 및 논란이 불가피하다. 

짙은 안갯속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이 언제쯤 밝은 청사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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