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5일간의 ‘숙고’를 끝내고 복귀했다. ‘진보정당의 위기'라고까지 평가됐던 이번 상황에 대해 처절한 반성을 기반으로 대선 레이스의 신발 끈을 고쳐 매겠다는 심산이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굳어진 대선 국면에서 색다른 존재감이 필요한 만큼, 심 후보와 정의당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일간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그동안 저를 격려해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신 당원 여러분과 시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또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며 “남 탓하지 않겠다. 거대 양당의 횡포 때문이라고만 말하지 않겠다. 당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고,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심 후보의 돌연 일정 중단과 관련해 최근 지지율 부침이 대표적인 이유로 지목됐다. 한 여론조사에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게도 오차범위 내지만 지지율이 밀리고 있다는 점은 특히나 뼈아픈 대목이었다. 여기에 정의당 지지율 역시 ‘박스권’에 갇힌 모습을 보이면서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심 후보는 “제가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한 것은 단지 지지율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같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들의 마음이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논란에 중심에 선 과거에 대해서 재차 반성했다. 그는 “조국 전 장관 문제는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진보의 큰 원칙과 가치만 흔들리는 결과가 됨으로써 진보정치를 성원하고 진보정치가 성장하길 바라는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의 마음이, 믿음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선거 과정에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 ‘선명한 진보’ 띄우며 완주 의지

당 안팎에선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정의당에 ‘위기’가 닥쳤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비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내에서조차 ‘새로운 진보 노선’을 둘러싼 혼선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간 꾸준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렇다 보니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당이 추진하는 ′진보 의제′가 힘을 받지 못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의당은 상당히 진보적인 의제를 갖고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회자가 안 되고 공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스트롱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그걸 가지고 당과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기존의 방식과 이미지로 하다 보니 임팩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날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세 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무엇보다 △녹색·여성·노동의 목소리를 내는 대선 △진보의 성역으로 금기시된 사회 문제 공론화를 강조했다. 정년 연장 문제를 비롯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노동자,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 연대 문제, 연금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진영을 넘어선 보편적 공통 가치 복원 등도 강조했다. 진보 진영 내 기득권을 끊어내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원론적인 수준의 ‘구상’을 밝히는 데 그쳤지만, 오는 18일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심 후보는 “당의 공식 선대위는 해산했다. 집행부를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해서 갈 것”이라며 “외부인사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후 외부인사의 합류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발로 그친 ‘진보 진영 연대’와 관련해서도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협상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이날 심 후보는 짧아진 머리를 언급하며 결연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제가 머리를 여기 있는 것보다 잘라낸 게 많다“며 ”평생 처음 커트를 해봤는데 그냥 그런 마음으로 다 내려놓고 비우고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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