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통신 다음의 ‘6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ICT시장에서의 경쟁 승리를 위해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5G통신 다음의 ‘6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통신분야 인재 영입부터 기술 특허권 확보까지 다방면에서 6G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5G조차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다음 통신 세대인 ‘6G’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다가오는 6G시대, 삼성전자가 ‘퍼스트 무버’를 노리는 이유

통신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아직 너무 이른 것처럼 보이는 6G시대를 준비하는 이유를 세계무대에서의 ‘주도권 확보’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ICT시장에서의 경쟁 승리를 위해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한 오찬회 자리에서 “통신과 백신은 비슷한데,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6G통신 역시 삼성은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6G시장 선도를 위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결코 이른 시작이 아니라는 의미인 셈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6G시장 진출속도는 오히려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조금 뒤처지는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사이버소켄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G 관련 핵심 기술 특허로 등록·출원된 약 2만 건 중 △중국(40.3%) △미국(35.2%) △일본(9.9%) △유럽(8.9%) 순이었으며, 우리나라가 확보한 6G 관련 특허 비율은 4.2%에 불과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통신서비스의 영향력이 앞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사회·산업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6G통신 기술을 빠르게 삼성전자가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Metaverse)를 필두로 XR(혼합현실)기술, 스마트 팩토리 등 ICT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사회의 핵심 트렌드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 상용화될 시, 6G기술을 보유한 이동통신사나 삼성전자와 같은 통신장비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에는 6G와 같은 초고속 통신이 필수적인데, 이를 통신사가 아닌 자동차 회사들이 막대한 초기 자금 투입과 라이센스 취득 등의 장애물을 모두 뛰어넘으며 자체 구축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실제로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리서치에서 “플랫폼이나 일반적인 IT회사, 자동차회사들이 6G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부 투자가들이 6G에서 새로운 주체의 6G 시장 참여를 거론하는데 현실적으로 성공 확률이 희박한 얘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장비 업종 안에서 기존 5G 대장주가 6G에서도 대장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3G/LTE 도입으로 큰 수혜를 받았던 업체들이 5G 도입으로 인해 똑같이 수혜를 받았던 것처럼 6G 도입으로 인한 수혜 역시 국내 상위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받을 것이 자명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사회의 핵심 트렌드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 상용화될 시, 6G기술을 보유한 이동통신사나 삼성전자와 같은 통신장비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ettyimagesbank

◇ “표준화부터 인재 양성까지”… 6G시대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전략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통신장비 시장의 막대한 성공 가능성 등을 종합해보면 삼성전자가 6G를 벌써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6G시대를 어떤 전략으로 맞이할 계획일까.

먼저 삼성전자가 6G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표준화 확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2020년 자사의 6G사업 비전을 담은 ‘6G백서’에서 “우리는 ITU-R이 6G비전을 정의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6G표준화와 그것의 가장 빠른 상용화의 시작은 2028년에 일어날 수 있으며, 2030년경에는 대규모 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6G기술 표준화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개최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 총회에서 ‘6G비전 그룹’ 의장으로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최형진 연구원이 선출되는데 성공하는 등 6G 표준화 확보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ITU-R은 전파통신 규약을 담당하는 국제 의결기구다. 193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으며, 2023년 6G 비전 완성을 목표로 국제 표준화 준비에 한창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부터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6G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후보 기술, 표준화 일정 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6G통신 및 관련 기술 분야를 선도할 인재 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등 국내 대학들과의 계약학과·연합전공 등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차세대 통신 기술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과 9월에는 서울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에 연합전공도 개설해 차세대통신 분야 융합 인재 양성 중에 있다. 연합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은 본인 전공 외에 일정 학점 이상 연합전공 과목을 이수하면서 장학금 등의 혜택을 지원받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17일엔 고려대학교에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를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기전자공학부에 신설되는 해당 학과는 2023년부터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통신분야의 이론과 실습이 연계된 실무 맞춤형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통신 인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는 통신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통신분야에 특화된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와 차세대 통신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다”며 “차세대 통신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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