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우식이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으로 관객 앞에 섰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최우식이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으로 관객 앞에 섰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기생충’(2019)의 세계적 성공 이후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단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모습,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단다. 그렇게 치열한 고민 끝에 얻은 답은 ‘과정’이었다. 함께하는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 될 거라는 기대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를 만나 ‘확신’이 됐다. 감독에 대한 믿음, 함께 호흡할 배우에 대한 존경으로 택한 작품은 연기의 재미를 다시 알게 했고,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했다. 배우 최우식은 그렇게 또 한 걸음 성장했다. 

최우식이 영화 ‘경관의 피’로 관객 앞에 섰다. 스크린 복귀는 ‘기생충’ 이후 3년 만이다. ‘경관의 피’는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으며 독보적인 검거 실적을 자랑하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 분)과 그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 원칙주의자 경찰 민재(최우식 분)의 위험한 수사를 그린 범죄물. 

극 중 아버지에 관한 비밀문서를 받기 위해 상사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경찰 민재로 분한 최우식은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심과 갈등에 휩싸이는 민재를 유연하고 자유로운 해석으로 세밀하게 담아냈다. 범죄 현장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강인한 모습부터 강렬한 액션, 단단한 눈빛까지,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까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동시에 공략하며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우식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연기가 또 재밌어졌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공략 중인 최우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공략 중인 최우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기생충’ 이후로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소감은.  
“몇 년 전만 해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긴 여정을 끝내고 완성된 작품을 뽐내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영화관에 걸린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 됐다. 시사회도 오랜만에 해서 기분이 이상하더라.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다. 올해 한국영화의 시작을 저희 영화로 하게 돼서 뜻깊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작품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경찰이 범인을 쫓는 것도 있지만, 경찰이 경찰을 쫓으면서 의심하고 그 의심을 하던 사람에게 점점 물들면서 성장을 하는 민재 캐릭터가 재밌어 보였다. 관객의 손을 잡고 캐릭터 한 명 한 명 관찰하며 의심하는 여정이 재밌을 것 같았다. 또 강력반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패셔너블한 슈트를 입고 럭셔리한 시계를 차고 구두를 신는데, 그런 장치들이 극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요소가 될 것 같았다. 민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외적으로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그리고 과정이 더 중요한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규만 감독님과 매 장면 걱정과 고민을 얘기하며 함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조진웅 선배와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민재라는 인물은 어떻게 다가왔나.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나눴고,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또 최우식을 만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마 내가 완전히 신인이었다면 ‘경관의 피’ 민재 역할은 안 왔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시나리오에서는 유도선수 출신에 엄청 다부지고 엄청난 골격을 가진 친구였다. 나를 만나면서 조금 날쌘돌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제일 중점을 둔 건 자신의 신념과 사상이 깨질 때 표정들이나 감정에 대한 거였다. 물론 대사 톤이나 말투, 행동이나 걸음걸이 등도 민재에 맞게 표현했지만, 어떻게 하면 민재의 성장과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연기했다.”

‘경관의 피’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최우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최우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스스로 만족하나. 
“언론배급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때는 내 연기 보느라 영화 전체를 보지 못했다. 다시 보니 재밌더라. 내가 생각했던 민재의 얼굴들을 감독님이 잘 캐치해 준 것 같아서 정말 고마웠다. 언론배급시사회 때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캐릭터’라고 했는데, 최우식이 표현했을 때 자연스러운 역동적인 남성미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100% 만족한다고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는 조금 다른 얼굴들도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내가 따로 고민하고 준비했던 건 별로 없다. 억지로 이미지 체인지를 위해 꾸며서 보여주려고 했다면 분명히 역효과가 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에서 민재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또 민재가 성장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면 이것 또한 역동적이고 남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기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신념을 고민하면서 대립하고 성장하는 과정들이 재미를 줄 거라고 생각했다.”  

-촬영 시기로 따지면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택한 작품이다. 기우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인물이었는데,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나 도전의식이 ‘경관의 피’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까. 
“칭찬과 채찍 중에 칭찬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칭찬을 많이 받으면 스스로 땅 밑으로 들어가는 성향을 갖고 있더라. ‘거인’ 때도 그랬고 ‘기생충’ 때도 그랬다. 칭찬을 받으면 부담과 걱정, 고민이 한없이 많아지는 시기가 온다. 아마 모든 ‘기생충’ 식구들이 그랬을 것 같은데, ‘기생충’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어마어마했다. 도대체 어떤 장르, 어떤 연기,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정말 생각이 많았다. 그때 ‘과정을 더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자’는 답을 얻었다. 그 여정이 재밌고 감독, 배우들과 녹아들어서 그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자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규만 감독님과 첫 미팅 후 이분이라면 나의 작은 말이나 의견도 잘 전달돼서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조진웅 선배와 연기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가 있었다. 그전까지 걱정,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경관의 피’는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경관의 피’로 만난 최우식(왼쪽)과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로 만난 최우식(왼쪽)과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버킷리스트였던 조진웅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내가 정말 항상 존경하던 선배님이 나를 믿고 강윤으로서 대사와 호흡을 전달할 때 기분이 짜릿했다. 한 현장에서 연기로 붙는 게 기대하던 일이었고 재밌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 더 친한 사이나 더 편한 사이로 만나서 연기를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마치고 가장 뿌듯한 것이 있다면.   
“‘최우식도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솔직하게 내가 감독이거나 제작사 대표라면 이런 장르와 캐릭터에 나를 떠올리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번 작품이 ‘최우식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음 작품에서 액션 영화를 할 수 있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액션 연기를 제대로 준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귀엽고 순수한 소년미가 배우 최우식의 굉장한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인데, 이러한 이미지들이 배우로서 아쉬움이나 고민이 되기도 하나.  
“몇 년 전에는 걱정이고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배우 최우식에게 들어오는 글이나 장르, 배역들이 다르지만 비슷한 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장기이자 무기로 인정해 주신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앞으로 그 안에서도 더 좋은 연기를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 일을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더 즐기기 위해 새로운 역할도 해보고 싶고 새로운 장르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천천히 깊어지는 최우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천천히 깊어지는 최우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민재가 성장하고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배우 최우식도 깊어지고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여유가 생긴 걸까. 스스로 변화를 느끼기도 하나.
“올해로 연기한지 10년이 됐다. 그런데 이제야 현장을 즐기는 배우가 된 것 같다. 진짜 조금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전에는 진짜 여유가 없었다. 물론 배우들과 농담하면서 즐겁게 촬영했지만, 이 현장을 오로지 배우로서 즐긴 적이 드문 것 같다. 항상 엉덩이에 불붙은 사람처럼 앞으로 뛰어나가기만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까 고민했다. 어떤 것이 좋은 연기고 어떤 것이 좋은 모습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막 앞으로 달리려고만 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오랜만에 연기가 또 재밌어지더라. ‘그해 우리는’을 찍으면서 더 느꼈다. 현장에서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 내가 더 나아지고 연기도 더 좋아진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10년 만에 이렇게 조금이라도 성장했다고 한다면, 앞으로 10년은 조금 더 커져서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민재처럼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올해 목표와 바람이 있다면. 
“준비를 많이 해서 완성도 높은 캐릭터,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 더 여유를 갖고 매 작품, 매 캐릭터마다 내 욕심보다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액션영화도 준비해 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여러 도전을 하고 시도해 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매년 쉬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올해는 하고 싶은 게 더 많은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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