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18일 오전 10시 30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에 도전한다고 밝혔다./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다섯번째로 사외이사 추천에 도전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내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민간 금융기관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는 18일 오전 10시 30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의 임기는 오는 3월 25일 일제히 만료된다. 이 중 스튜어트 B. 솔로몬(Stuart B. Solomon) 이사는 최대 임기인 5년을 채워 물러난다. 이에 KB금융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최소 1명의 사외이사는 신규 선임해야 한다. 

이날 KB노협은 3월 주총에서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차기 사외이사로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1960년생인 김 전 부행장은 1985년 한국수출입은행에 입행해 홍보실장, 여신총괄부장, 기업금융본부장(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그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상임이사도 거친 바 있다. 

KB노협은 김 전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배경에 대해 “경쟁사와는 달리 사외이사진에 해당 분야 전문가가 없어 해외사업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류제강 KB노협 의장은 “김영수 후보는 오랜 기간 해외사업 투자 및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해온 해외 사업 전문가”라며 “KB금융은 꾸준히 해외의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외사업부문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KB국민은행이 9,392억원을 투입해 매입한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은 1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고, 2020년 다시 한 번 1조원 가까운 거액을 들여 인수한 인도네시아부코핀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류 의장은 “경쟁사가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합류시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KB금융에는 경영진의 결정을 보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전문가가 없다”면서 김 후보가 KB금융의 해외사업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또 류 의장은 “이번에 다시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은 경영참여의 목적이 아닌 주주이자 직원의 대표로서 회사가 해외사업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시도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KB금융 노조는 2018년부터 도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만 올해는 성공에 기대를 품고 있는 분위기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등 변화가 일고 있어서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 하반기 총 5곳의 금융공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KB금융 노조 측은 올해 사외이사 추천 성공에 희망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KB노협 측은 주총을 앞두고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과 국민연금 등을 접촉해 후보 추천 배경과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류제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해외 주총안건의결권 분석기관의 견해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접촉을 시도해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지주 측은 해외사업 성과가 부진하고 사외이사진에 해외 전문가가 없다는 노조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인수는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방향에 기반한 것으로 이사진의 구성과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코핀은행의 경우 현지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다소 감소했으나, KB국민은행의 증자 참여를 바탕으로 신규고객 확보, 자산 양질화, IT인프라 개선 등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의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고, 특히 미국 국적의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해외사업과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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