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이 발달하면서 심리 상담용 AI의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IT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AI 기반의 심리 상담 로봇이나 앱(App)들이 대중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는 형을 사고로 잃고 괴로워하는 주인공 히로 아르마다를 살펴본 후 “몸은 아프지 않지만 마음이 아프다”는 진단을 한다. 이후 베이맥스는 히로와 함께 모험하며 상처받은 주인공의 마음을 치료해준다.

이 영화 속 이야기가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심리 상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집에서 AI에게 슬픈 일을 털어놓는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 AI 심리 상담사, 비용·접근성 측면에서 우수

심리 상담용 AI는 말 그대로 AI가 기존 심리 치료를 담당하던 상담사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많은 IT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AI 기반의 심리 상담 로봇이나 앱(App)들이 대중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AI기반의 심리 상담 기술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비용적’ 측면이라고 보고 있다. AI 심리 상담사의 경우, 전통적인 ‘사람’ 심리 상담사보다 이용자들이 부담해야 할 진료비용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심리 상담 비용의 경우, 건당 평균 약 5만원 정도이다. 저명한 심리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의 경우엔 종종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저소득층이나 소득이 낮은 1인 가구의 경우 비용부담으로 인해 심리 상담을 포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는 일반적인 외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까지 가능한 로봇이다. AI기술이 발달하는 미래에는 이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유튜브 캡처

반면 AI 심리 상담사의 경우, 전통적인 심리 상담사와는 다르게 ‘급여’가 필요없고, 정신과나 상담소에 설치만 한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AI스피커를 심리 상담용 AI챗봇과 연동할 경우, 굳이 상담소나 병원으로 찾아갈 필요 없이 가정에서도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접근성’에 있다. 심리 상담의 경우 개인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말해야 하는 등 환자의 심리적 영역 깊숙이 들어가 치료를 해야 한다. 이 경우 몇몇 사람들은 민감한 사생활을 말하기 꺼려하기도 하고, 상담자와 면대면으로 만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곤 한다. AI 심리 상담사를 이용할 경우, 이 같은 문제는 훨씬 더 줄어들 수 있다.

김인석 퓨텍인공지능언어교육연구소 대표 역시 지난해 11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PT)이 발간한 ‘주간기술동향’ 보고서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타인의 걱정이나 편견에 노출될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AI 챗봇 상담의 경우에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사용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 자체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며 “이 때문에 인간 상담사가 하는 대면 심리 상담보다 AI기술이 장착된 대화형 에이전트인 AI 챗봇이 효율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어 AI 챗봇이 심리 상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다”고 AI 심리 상담 기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I분야 전문가들은 AI기반의 심리 상담 기술이 향후 발전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한다. 인간 ‘심리’라는 복잡한 영역을 AI가 전부 이해하긴 아직까지 어려운 일이며, 심리 치료 특성상 오진이 발생할 경우 매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Gettyimagesbank

◇ 높은 성장 기대되는 AI 상담봇, 데이터 확보 및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

아울러 기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AI 기반 심리 상담 기술의 시장 성공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히 심리 상담용 AI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관련 분야들의 시장 전망을 살펴보면 심리 상담용 AI의 시장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심리 상담사가 주로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심리치료’ 부문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퀀털라인리서치(Quantalign Research)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정신 건강 케어 시장은 28.6%의 시장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27년에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9,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퀀털라인리서치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증가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가 디지털 정신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부채질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정신 건강 평가, 지원,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AI 심리 상담 기술에 대해 긍정적인 시장과 사회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 전망이 나옴에 따라 세계 IT선진국들 역시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특히 대표적인 AI글로벌 강국인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대부터 심리 상담을 위한 AI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워봇(Woebot)의 설립자 앨리슨 달시 박사는 인지상담이론(CBT)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 AI 심리 상담용 챗봇을 제작했다. 해당 챗봇은 주당 200만 대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페이스북 등 SNS 대화를 통해 우울감, 불안감 등에 대해 상담을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AI 전문 연구회사 유퍼(Youper)에서 해밀턴 심리학 연구팀이 개발한 유퍼챗봇(Youper Chatbot)의 경우 우울증과 불안 증상 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유퍼챗봇의 상담을 원하는 이용자는 유퍼 측 심리 상담진과 연락 후 화상회의를 통해 진단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다만 AI분야 전문가들은 AI기반의 심리 상담 기술이 향후 발전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평가한다. AI 심리 상담사 자체의 편의성은 충분하지만 인간 ‘심리’라는 복잡한 영역을 AI가 전부 이해하긴 아직까지 어려운 일이며, 심리 치료 특성상 오진이 발생할 경우 매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경제사회연구실 연구팀도 ‘정신건강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과 유망 서비스(2020)’ 보고서를 통해 “정신건강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기능 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AI를 활용한 소통이나 공감, 치료 등은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치료효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역으로 AI에 의존하게 만들고 사람과의 소통보다 로봇이나 챗봇과의 소통을 우선시할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심리, 감성, 정신질환과 관련된 생체 데이터들은 수집하기도 어렵고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이를 국가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요청된다”며 “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발 초기 단계부터 AI의 역효과를 검토하고, AI 윤리 가이드와 실행 지침을 명확히 설정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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