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지난 19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며 쓴맛을 다신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삼호중공업의 연내 상장 추진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날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상장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단계부터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 50대 여성 노동자 추락사… ‘살인기업’ 잔혹사 반복

지난 19일,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삼호중공업 연내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부회장이 전날인 지난 18일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예정대로 연내 완료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올해 상장 추진은 앞서도 예고된 사안이었지만, 이날 전해진 소식은 여러모로 큰 관심을 끌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근 무산된 데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흥행에 성공하며 상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조선업계 전반이 호황기를 맞은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주사 디스카운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이 얽히면서 현대삼호중공업의 연내 상장 추진 재확인은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현대삼호중공업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A씨는 지난 14일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업체에 입사해 안전교육 등을 받은 뒤 지난 17일부터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불과 3일째 되는 날인 지난 19일 오전 8시 56분쯤 건조 중인 유조선의 화물창 청소작업을 위해 이동하다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산업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 사망사고지만, 이번 사고는 시기적으로 더욱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일주일 앞둔 시점일 뿐 아니라, 현대삼호중공업의 강력한 상장 추진 의지가 전해진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계열사 상장 추진의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자마자 산재 사망 잔혹사를 반복하며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또 다시 자초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10명이 넘는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며 노동계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는 등 그룹 차원의 산재 사망사고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도 2020년 일주일 새 같은 유형의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는 등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 근로감독을 받고 대대적인 대책을 수립했지만 지난해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된 바 있다. 이어 올해도 1월부터 잔혹사를 이어가게 된 모습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현대삼호중공업 측은 지난 19일 김형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가 발생해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전 구성원의 안전을 지켜야 할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해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경위 및 원인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안전수칙 미준수 등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법조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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