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KBS1TV ‘태종 이방원’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해당 동물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동물권행동 단체는 ‘태종 이방원’을 고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1일 방송된 ‘태종 이방원’ 7회에서 이성계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말을 타는 도중 낙마를 하는 장면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말의 몸체가 평지로부터 90도 가까이 들린 상태로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됐다. 동물자유연대는 “방송에 출연한 말이 심각한 위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말의 현재 상태 공개와 영상 원본 공개를 촉구했다. 

이후 20일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장면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말의 발목에 와이어가 묶여 있었고, 말이 달리자마자 스태프들이 잡고 있던 줄을 잡아당겼다. 발목이 묶여있던 말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목이 꺾일 정도로 심하게 넘어진 말은 몸을 일으켜 보려 했으나, 제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졌다. 

영상이 공개되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동물자유연대는 “실제 동물에게 행했다고 생각하기에 믿기 어려울 만큼 가혹한 장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사고 후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배우의 상태만 확인할 뿐, 쓰러진 말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KBS는 이날 오후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깊이 통감하고 사과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KBS는 “지난해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며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 말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KBS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KBS의 사과 후 말의 사망 소식이 새롭게 알려지며 시청자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태종 이방원’ 방송을 중지하고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해당 청원은 21일 10시 기준 3만7,9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도 방영 중단 및 폐지를 요구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고소에 나섰다. 동물행동권 단체 카라가 20일 ‘태종 이방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냈고,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90여개 단체 또한 21일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