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이른바 윤핵관 문제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바닥까지 내려갔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네. 그런데 그 이유가, 우리처럼 늙은 사람이 봐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청년들과 함께하겠다”면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와‘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같은 반(反)페미니즘 공약에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네. 그런 공약을 통해 ‘이대남’이 일종의 통쾌함을 맛보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되어 좋아한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더군. 표를 얻겠다고 젊은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는 혐오정치에 놀아나는 ‘이대남’이 한심하지 않은가.

‘이대남’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볼 수 있었네. 20대 남성 유권자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었지. 보수적이라는 60대 남성의 70.2%보다 더 높은 지지율이었어. 그래도 그땐 ‘이대남’의 분노를 보수화와 연결시키고 싶지 않았네.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였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민주당에 대한 젊은이들의 당연한 응징이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었어.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성추행을 한 전임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후보를 낸 것 자체가 뻔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많았으니까.

윤석열 후보의 반(反)페미 공약에 열광하는 20대 남성들을 보면‘이대남’의 보수화가 꽤 심각한 것 같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환경 이슈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어.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최근에‘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다시 깜짝 놀랐네. 20대 남성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 인식과 책임감 등에서 동년배 20대 여성은 물론 다른 ‘세대·성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더군. 예를 들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묻는 문항인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다”에 20대 남성은 15.4%가 그렇다고 동의했네. 20대 여성의 동의율 43.1%와 비교하면 거의 3배 차이가 났네. 이 문항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동의율은 26.3%일세. “기후 위기 때문에 자녀를 출산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20대 남성은 9.9%였지만 20대 여성은 33.5%로 또래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았네. 20대 남성들 대다수가 기후위기를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지.

자기 자신이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문항에서도 20대 남성은 31.9%, 20대 여성은 56,0%가 그렇다고 동의했으며, “기후 위기 해결에 관심이 있지만 그만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데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는 문항에도 20대 남성은 33.0%, 20대 여성은 65.8%가 동의했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감을 알아보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20대 여성은 20대 남성보다 2~3배 더 많은 동의율을 보여줬네. 20대 남성의 동의율은 전체 ‘세대·성별’의 평균보다 낮았어. 다른 어느 세대보다도 아직 젊은 자신들에게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20대 남성들의 심각성 인식과 책임감의 부재는 꽤 심각한 문제야. 반대로 20대 여성은 모든 ‘세대·성별’에서 가장 높은 기후위기 인식과 책임감을 보여주었네. 기후위기 이슈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를 나눈다면, 20대 남성은 가장 보수적이고 20대 여성은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라고 말할 수 있어.

지금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20대 청년들이 힘든 건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 확대와 양극화의 심화 때문일세.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로는 20대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아.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로 직장을 갖고 있는 윗세대들의 일자리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고. 한국 정부가 유별나게 무능하거나 여성들만 우대하는 정책을 많이 실시해서 ‘이대남’의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뜻일세. 한국 여성들은 아직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약자야. OECD 회원국들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고 유리천장지수도 꼴찌인 나라가 한국이지. 20대 여성이 20대 남성과 학교 학과 학점 등 이른바 ‘스펙’이 같아도 남성의 82.6% 밖에 벌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어. 그러니 표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의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가 같은 또래 여성들을 무시하거나 미워하면 안 되지. <시사인> 조사에서 20대 여성 셋 중 한 명이 “기후 위기 때문에 자녀를 출산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대남’이 어떻게 행동해야 현명한 선택인지 알 수 있을 걸세. 아무튼 20대 청춘, 특히 ‘이대남’이 바로 윗세대가 아닌 60대 이상 노인들과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나라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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