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약이 나날이 닮아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와 윤 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이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약이 나날이 닮아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와 윤 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약이 나날이 닮아간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선택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상대 후보의 공약도 좋은 공약이라면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와 같은 지적에도 유사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꾸준히 공약을 꺼내기만 하고 있다.

◇ GTX와 부동산 등 비슷한 공약 줄줄이

24일 이 후보가 발표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윤 후보의 GTX 공약과 비슷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닮은꼴 공약' 문제가 부상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A·B·C 노선은 일부를 연장하고, D 노선은 강남으로 방향을 틀며, E·F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공약 내용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경기도를 순환하는 노선을 놓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과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는 같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13일 ‘윤 후보님, 우리…통한 것 같습니다?!’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윤 후보의 공약이 본인의 공약을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이 후보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내건지 보름 후 윤 후보도 같은 공약을 꺼냈고, 11월 26일 전기차 보조금 대상 확대 공약을 내건지 44일 후 윤 후보도 전기차 요금 동결이라는 유사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또한 올해 1월 5일 이 후보가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공약을 가지고 나온 지 하루 만에 윤 후보 역시 성범죄 처벌 강화 공약을 냈다. 이에 이 후보는 “한번 만나자. 제가 보니까 이날, 이날, 이날 비었는데 시간 좀 내주시면 좋겠다”며 토론을 제안했다.

유사한 공약이 많으니 대국민 토론에서 각자 정책에 관해 토론하여 우열을 가려보자는 제안이기도 하지만, 윤 후보가 이 후보의 정책을 따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따끔한 영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후보의 GTX 공약이 지난 7일 윤 후보의 ‘2기 GTX 3개 노선 추가 건설’ 공약과 대동소이해 다시 잡음이 발생한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GTX 신규노선 추가 등 교통편을 확대해 수도권 30분대 생활권 조성과 오래된 신도시는 특별법을 만들어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GTX 신규노선 추가 등 교통편을 확대해 수도권 30분대 생활권 조성과 오래된 신도시는 특별법을 만들어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중도표심 공략 위해 유사 공약 남발

두 후보들의 공약이 점차 유사성을 띄어가는 것은 이념 지향적 공약을 피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만큼 두 후보 모두 뚜렷한 정체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탈모 건강보험 지원’과 같은 공약이 대표적으로 좌·우 없이 중도 표밭을 공략한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도 공약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양 당 후보의 공약에 차별점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선거전을 정책으로 방향을 잡다보면 정책으로 내놔야할 이슈들의 급한 순서가 비슷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면서 “맞불 작전으로 정책을 내놓게 되는 것인데, 실현가능성은 유권자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러한 현상 지적에 대해 연남동 즉석 연설에서 “가장 좋은 정책을 쓰겠다”며 “상대방이 주장하는 것도 좋은 것이면 쓰겠다. 그래야하지 않겠느냐. 나의 신념을 구현하는게 정치가 아니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인천지역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은 결국 국민 뜻에 따라 수렴해 갈 것으로 본다. (후보들 모두)가장 효율적이고 국민적 의사에 부합하는 정책을 낼 것”이라며 “그 차이는 결국 (공약을) 지킬 것이냐 아니냐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발표 후 비슷한 공약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책이라고 하는 건 계획이기 때문에 선거 막바지에 가면 다 비슷해진다. 정치에는 저작권이 없다”며 “그렇다면 나중에 실적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하면 결국 ‘공약을 실천했냐 안했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 국민들도 공약 차이 체감 못해

윤 후보는 판박이 공약이라는 지적에도 별 언급이 없다. 특히 부동산 공약은 윤 후보가 이 후보와 확실히 차별화 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후보가 우클릭을 시도하면서 양도소득세 및 종부세 완화를 한목소리로 외치게 되었음에도 윤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20일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3일 만 18세 이상 남녀 1,344명을 대상으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정책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대북 정책이 70.6%로 가장 크게 차이가 났다. 이어 부동산(69.7%), 국방(66.6%), 경제정책(65%) 순이었다. 

특히 국민들이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환경 및 에너지 정책(52.7%)으로 여야 모두 크게 차별나는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 정책과 일자리 정책도 인식 차별화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두 후보의 정책이 슬로건은 다르지만 실제로 내 놓은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고, 갈등이 격화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두 후보 모두 차별된 공약을 내놓기 주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관심 자체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