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상파 3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를 계기로 안 후보는 양당이 ′다자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법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 양자토론이 무산됐다.

그간 불만을 토로했던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를 발판삼아 양당에 다자토론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이를 받아들이면서 4개 정당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박병태)는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신청한 양자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안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후보 토론회에 참석할 자격을 갖췄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안 후보는 반색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리며 법원 판결에 대한 안 후보의 입장을 밝혀드린다”며 “한마디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기득권 양당이 독점함으로써 선거에서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적 담합에 대한 국민적 평과와 심판이 법원을 통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같은 가처분 신청을 낸 정의당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양당의 전파 독점, 방송의 독립성 훼손, 민주주의 파괴,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한 양자토론은 방송이 불가하다는 재판부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 토론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던 안 후보는 이들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들의 ‘토론 담합’이 자신의 상승세를 막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이어왔다. 

이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두 당은 담합 토론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서 잘못했다, 사과드린다 하는 것이 용기 있고 양심적인 책임 있는 정당이 해야 할 기본적 태도”라고 못 박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다자토론에 힘을 실었다. /뉴시스

◇ 이재명-윤석열도 ‘다자토론’에 한목소리

법원에서 양자토론에 대한 ‘부적절성’이 증명된 만큼,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은 앞장서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자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직선거법의 규정과 기준에 의거한 다자토론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당당하다면 설 연휴 전 국민의 요구대로 다자토론의 링에서 만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이러한 제안에 수긍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경기도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양자토론은 저희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며 “법률이 정하는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다자토론을 지금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필승결의대회를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께서 다 보실 수 있는 시간대에 양자토론을 하길 기대했는데 많이 아쉽다”면서도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무팀에서 아마 준비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다자토론도 관계없다. 협상을 개시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자토론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들 정당은 곧바로 실무진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토론회 형식 등 실무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토론회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관심도가 높은 설 연휴 기간을 목표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가장 빠른 31일에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시간대에 일정을 맞춘다면 설 연휴 기간이 좋지 않겠냐는 개인적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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