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경제민주화' 역행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특약점주들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특히 오너일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로 부를 세습하고 있다는 의혹은 '경제민주화'의 칼날이 서슬퍼런 현 시점에서 농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4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주최 '대기업-영업점간 불공정 거래'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린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특약점전국협의회 김진택 대표가 피해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농심의 특약점들이 '갑(甲)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乙)'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5월 14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대기업-영업점간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특약점전국협의회 김진택 대표에 따르면 농심의 불공정 행위는 특약점주에게 과도한 판매 목표액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30%에서 50% 이상 더 높게 책정된 목표 매출량의 80% 이상을 판매하지 못한 경우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

여기서 '판매장려금'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과도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부담을 진 특약점주에게 주는 약간의 보상이란 설명이다. 쉽게 그만두지 않고 계속 매달리게 하는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특약점주들이 농심을 제소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지점별 특약점 11월 부여 판매기준치 금액 이상을 12월 특약점 판매기준치로 부여'라는 말이 명시돼 있다. 또 다른 문건에도 '기간별 판매금액에 따른 판촉' 항목에 '11월 판매기준치 80% 미만 달성 시 지급 대상에서 제외'라는 문장이 쓰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농심은 그동안 "매출목표를 대리점주와 협의해 정하고 있고, 판매장려금은 매출 금액 대비 똑같은 비율로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문건은 농심이 해명과 정 반대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약점주들의 주장대로 '갑의 횡포'라는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도한 판매목표는 본사 판매장려금을 받아야 겨우 특약점 운영할 수 있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매출 목표를 채울 수밖에 없다”며 특약점이 '삥 시장'을 찾게 되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삥 시장'이란 공급가격보다 70~80% 낮춰서 무자료거래로 처분하는 곳을 말한다. 지난 5월 14일 YTN에서는 농심이 특약점주에게 알리지도 않고 목표치를 위해 '삥 시장'에 제품을 싸게 판매했다는 의혹이 방송된 바 있다. 

농심의 문제는 '특약점 밀어내기' 의혹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농심의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오너일가 지분보유 비상장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회사기회 유용 문제 등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들이다.

농심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로 부를 세습하고 있다는 의혹이 골자.

실제로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녀가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농심기획')에 농심그룹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농심기획은 신 회장이 장녀인 신현주 씨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10%를 보유하고 있고, 50%를 농심홀딩스가 갖고 있다. 신현주 씨는 농심기획 부회장을 맡고 있다.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91억원의 매출을 올린 농심기획은 108억원 매출의 57% 가량을 (주)농심을 통해 달성했다. 그 후 2년간 매출의 절반 수준인 48~49% 정도가 (주)농심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농심의 건물관리와 인력용역을 맡고 있는 '쓰리에스포유(3sforu)'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업체는 신현주 부회장(50%)과 두 딸이 각각 30%와 20% 지분을 보유, 말 그대로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다. 2005년 설립이후 농심과 율촌화학, 메가마트, 농심기획 등 그룹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효과로 자본금 5억원짜리 회사가 지난 2011년 기준 무려 20배 이상 급성장 했다.

‘율촌화학' 역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율촌화학은 신춘호 회장의 차남 신동윤 씨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다.

농심에 라면봉지나 스낵용기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은 2010년 매출액 3,426억원 가운데 51%인 1,747억원을 농심, 태경농산, 농심기획 등 농심 계열사를 통해 수익을 냈다. 또 지난해 3분기까지 신라면 봉지만으로 368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최근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당혹스럽다"면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선 특약점 관련 논란은 전(前) 특약점주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제기된 문제는 공정위 조사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선 "관련 회사들은 모두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거래가 진행됐을 뿐,'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갑의 횡포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움직임이 매서운 상황에서 과연 세무당국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농심의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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