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본인의 SNS를 통해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을 낮추겠다는 공약과 함께 ‘판매업주 독박방지법’을 약속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본인의 SNS를 통해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을 낮추겠다는 공약과 함께 ‘판매업주 독박방지법’을 약속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연일 뜨거운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약을 낸 후 이 후보도 합세했다.

이 후보는 27일 본인의 SNS에 54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청소년 발달 정도, 사회적 인식 수준에 맞춰 적정연령을 결정하겠다”며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약속했다.

아울러 “‘판매업주 독박방지법’(일명 이태원 클라쓰법)을 만들겠다”며 “신분증 위변조, 도용 등으로 주류 구매 시 판매업주는 반드시 면책하겠다. 속이거나 협박으로 주류를 구매한 경우에도 청소년에게 책임을 묻고 판매업주는 면책하겠다”고 밝혔다.

◇ 청소년의 강력범죄 증가

촉법소년 연령하향에 대한 요구는 지난 몇 년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원주시에서 고등학생 1명이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폭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가해 학생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 학생의 다리를 끌면서 웃는 모습과 발로 무릎을 짓이기는 등의 장면이 담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을 폐지하던지 나이를 9세로 낮춰 달라”며 “언제까지 철없는 아이들이 아니다. 청소년 범죄가 계속 발생하는데 국회는 왜 개정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 가해자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 교화보다는 강력 처벌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올라왔다.

이와 같은 촉법소년의 강력범죄에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청년공약의 일환으로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취범죄를 양형 감경요소에서 제외하겠다.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해 흉악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 역시 지난 9일 “촉법소년의 기준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며 “청소년 범죄의 경우 ‘회복적 사법’에 기반한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하겠다. 단순히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가해 청소년이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깨닫게 해주고, 피해자도 가해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해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를 통해 상처를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9일 같은 내용을 약속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9일 같은 내용을 약속했다. /뉴시스

◇ 국민적 분노 달래기… 아동권리는 놓쳐

이 후보와 윤 후보, 안 후보 모두 촉법소년의 나이를 하향 조정해야한다는 것에는 뜻을 모았지만, 이 후보는 만 12세로 선을 긋지 않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라는 엄벌주의가 청소년 범죄율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위해 여론에만 치우친 공약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있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연령 하한에 관해 소극적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소년부 재판을 맡았던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실 전체 소년사건 중 흉악범죄는 1%다. 이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이 조기에 낙인찍혀 전과자로 살아가는 사회적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공식화되기 시작한 2018년에 우려 의견을 내며 “소년범죄자 가운데 과거 전과가 있는 비율이 40% 내외인 만큼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재범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1차적 범죄 예방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역시 지난 2019년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촉법소년 연령이 낮은 나라를 향해 “형사 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만 14세 미만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여당 대통령 후보의 소년범죄 관련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의 실질화, 열악한 소년보호시설 개선에 대한 언급 없이 처벌 만능주의를 도깨비 방망이라도 된 듯 내세우는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소년사법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오승재 정의당 대변인은 “소년사법은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하고 범죄에 대한 성찰, 교화를 통해 사회복귀를 도모하겠다는 이념과 목적을 기반으로 세워진 제도”라며 “이재명 후보는 소년사법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 공약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소년사법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처벌 만능주의를 통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해내고 말겠다는 착각은 거두고, 소년사법의 이념과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적 대안 모색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 ‘사이다 공약’에 누리꾼들 대환영

전문가들은 소년범 처벌 강화보다 교육을 통한 재사회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유력 대선 후보 모두 촉법 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사이다 공약’이 국민 환영을 받고 있다.

온라인 댓글, SNS 등에는 이번 공약에 대해 “촉법소년 하향 이거 잘했다. 나이 어려도 범죄가 얼마나 무섭고 악랄한지” “대통령 누가 되든 꼭 실행해라” “12세도 많다. 10세미만으로 낮춰라. 그보다 어린 촉법소년은 처벌은 안 해도 성인이 되는 그날까지 주홍글씨를 남겨두고 촉법소년 적용도 1회로 한정지어야 한다” 등 엄벌을 외치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 후보의 판매업주 독박방지법과 관련해 “미성년자가 속여서 술·담배 산 건데 업주가 피해 보는 건 말도 안 된다. 업주는 면책해주고 나이 속인 미성년자는 처벌해야 한다. 경쟁 업소에서 영업정지 먹으라고 일부러 미성년자 보내는 경우도 있어서 이 법은 꼭 만들어야 한다” “진짜 잘했네. 이거 꼭 필요한 공약이다” 등 환영의 반응이 많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