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성추문 의혹 파문’으로 인해 여권 내 권력 지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윤창중 파문’이 10월 재보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권력 재편을 통해 새누리당이 변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청와대와 여당간 관계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얘기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현재의 여권 권력 재편 및 당·청 관계 재설정을 이끌 인물이 조기에 여권의 얼굴로 등장해서,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런 인물로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 김무성 의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도중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우선, ‘귀국 종용 여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 대한 상반된 주장’ 등으로 인한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윤창중 파문’을 개인 차원의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사태 수습을 위한 처방의 수순도 예상보다 낮은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靑, ‘윤창중 파문’ 수습 안간힘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홍보라인 상사인 이남기 홍보수석을 경질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이 전 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 수석은 이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한 바 있다”며 “사표 수리로 더 이상 추가 책임은 없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수사 결과는 별도로 수사기관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추가 문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 하는 대목이다. 이런 청와대의 분위기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에서는 ‘윤창중 파문’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박 대통령은 스스로 리더십을 되돌아봐야 한다. 박 대통령의 나홀로 불통인사의 한계와 폐해가 고스란히 이번에 드러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5월 2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잠적, 청와대의 모르쇠, 이남기 전 홍보수석에 대한 조용한 사표 수리 등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기 위한 듯한 청와대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사건을 덮으려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은 “이것은 단순하게 대변인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개인의 치부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럴 사안이 아니다”라며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전 비서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청와대의 늑장보고와 말 바꾸기 등 위기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이남기 홍보수석의 경질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면 꼬리 자르기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다”며 청와대를 비판했다.

여당, 청와대 쇄신 강력 주문

새누리당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피하면서도 청와대의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정의화 의원은 “청와대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보고 체계 개선 등 전면적인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우택 최고위원도 “국가적 망신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되지 않은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윤창중 파문’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박 대 통령이 이번에 청와대 등을 쇄신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실수로 치부해 버린다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참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다가올 선거를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쇄신 및 여권의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선거에서 ‘윤창중 파문’에 대한 야권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새롭게 당·청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인물이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도 여권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여권에서는 ‘김무성 역할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으며 ‘박근혜 정부’탄생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물로, 4월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복귀했다.

또 당내 기반이 확고하고, 과거 ‘친박 좌장’으로 박 대통령의 의중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청와대에 할 말을 할 줄 아는 인물은 ‘김무성’”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김무성 조기 등판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무성, 존재감 부각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최근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며, 조금씩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 의원은 여당 차기지도자감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르며,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인터넷신문 뷰앤폴과 함께 지난 1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차기지도자 적합도에서 김 의원이 29.8%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오른 것이다.

김 의원의 최근 발언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윤창중 파문’에 대해서는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김 의원은 “상상을 초월한 큰 잘못으로 방미 외교의 성과가 빛이 바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며 “공직자의 비뚤어진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낸 비극이 재현돼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공직자들은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정부 5년은 역대 가장 중요한 시기로 청와대 공직자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 계기로 금주를 선언하는 등의 일단을 보여줘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김 의원은 5·18 기념행사용 노래를 별도로 제정하려는 국가보훈처를 비난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주제가로 선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의 복잡한 역학구도 속에서 김 의원이 섣불리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친박계’가 여러 세력으로 분화된 현 상황에서, 친박계 전부가 김 의원을 밀어줄 리도 없다는 분석이다.

친박계가 움직인다

이에 친박계 일부에서는 ‘서청원 대안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친박 핵심인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친박계 내부에서는 서청원 고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친박 핵심에서는 김무성 의원 보다는 서 고문이 친박계 이끌 적임자로 꼽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윤창중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권이 어떤 카드로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지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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