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네거티브 선거전을 중단하겠다. 야당(국민의힘)도 동참해 달라”고 말한 후 실제로 네거티브를 중단했다. ‘한다면 한다는 이재명’이라고 강조하듯 정책으로만 말하겠다는 본인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네거티브는 이 후보만 중단했을 뿐,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당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에서 ‘김건희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네거티브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거 하나도 없이 선거를 어떻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모두가 깨끗하게 정책만으로 승부하겠다고 나오면 가능하겠지만, 한쪽에서 네거티브를 이어간다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설명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후 논평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은 ‘이제 와서?’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후보의 말은 너무 가볍게 뒤집히고, 행동은 뱉은 말과 모순돼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고 비협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김 의원이 녹취록을 틀자 곧장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후보의 기자회견이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를 마시라“고 조소했다.

대선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네거티브에 신물난 국민을 생각해 협조하기 보다는 ‘두고 보자'고 벼르고 있다 득달같이 ‘그럴 줄 알았다’고 공격하는 모습에 공당으로서의 품격을 찾을 수는 없었다.

민주당의 행보에도 의문이 따른다. 당의 대선 후보가 흑색선전에 대해 회의를 밝힌 당일에 꼭 그 녹취록을 틀어야 했냐는 점이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다음 날 “네거티브 선거운동과 검증, 팩트체크는 구분돼야 한다”며 윤 후보의 무속 논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함을 역설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유독 길다”는 게 국민들의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양 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정책,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 가족사까지 끌어들여 서로를 비방하고 있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치피로도가 최대치를 찍었다.

대통령 선거가 40여일 남은 채로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연휴 중에는 대선 후보들의 양자 토론, 4자 토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 민심 밥상에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보다는 주술, 무속, 욕설 논란이 더 화제가 된다면 품격 있는 20대 대선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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