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단일화가 요원한 모습이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단일화의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과는 달리 이들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3·9 대통령 선거가 3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권 단일화는 잠잠하다. ‘정권교체’라는 대의가 통한 만큼 설 연휴를 기점으로 불씨가 피어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하게 양당은 신경전만 거듭하고 있다. 사실상 야권 단일화가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일화가 실제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부터 저희는 상당히 의구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2주 전쯤 안철수 후보가 일시적으로 우리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는 부분을 받으며 다소 의기양양해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지만 결국 또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는 상승할 계기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이날 “프로야구도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초기에 반짝 잘하다가 내려갈 팀은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며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갑자기 급반등하는 상황은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 불가결한 수순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듯했다. 이번 대선 정국이 여야 진영 대결로 굳어진 만큼 소폭의 지지율이라도 끌어 모으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자연스레 정치권의 시선은 안 후보로 쏠렸다. 5% 내외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는 안 후보와 손을 잡게 될 경우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단일화론’을 지탱하는 축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앞서 국민의힘 내부 갈등으로 인해 하락했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면서다. 윤석열 후보가 지지율 부침을 겪는 동안 반짝 상승세를 유지해 온 안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금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단일화의 필요성을 흐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전날(2일) “단일화 문제에 대해 캠프나 당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 국민의힘-국민의당, ‘각자 셈법’ 분주

단일화에 선을 긋는 것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가 단일화 이슈를 제기하고 그 이슈에 대해 반응이 있으면 단일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단일화를 끊임없이 자가발전하고 있다”며 “아무리 열심히 한들 단일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로서도 단일화에 대한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유지했다면 정치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겠지만, 윤 후보와 지지율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철수 정치’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이번 대선 만큼은 쉽사리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후보가 이번 단일화에서 또 철수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며 “여론조사에서 15%가 되면 후보 단일화를 응할 수 있겠으나 한 자리로 떨어지면서 후보 단일화도 아웃되고, 양보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연일 ‘자강론’을 앞세우며 단일화와 거리를 두는 것도 결국은 지지부진한 단일화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흐름을 탄 데다, 당장 정권교체의 여론이 높은 만큼 아쉬울 게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대선 국면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국민의힘으로선 나쁜 선택지가 아닌 셈이다. 황 평론가는 통화에서 “단일화가 안 될 상황에서 끌어봐야 유권자들의 실망만 남는 것”이라며 “이럴 바엔 유권자의 사표 거부 심리를 자극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같은 ‘자강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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