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스마트폰과 PC용 OS시장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특정 IT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막강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의 OS 독점이 ‘갑질’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흔히 컴퓨터 메인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를 컴퓨터의 ‘정신’ 혹은 ‘영혼’으로 비유하곤 한다. 컴퓨터의 구동을 담당하는 OS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을 경우, 컴퓨터의 전원은 들어올지언정 그 어떤 작업도 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영혼과 정신에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컴퓨터의 OS는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그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손 안의 작은 컴퓨터’라고 불리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속도로 활성화된 현재, 스마트폰 전용 OS는 IT산업 분야를 넘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처럼 스마트폰과 PC용 OS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전 세계 OS시장을 장악하는 ‘반독점(특정 기업들이 시장을 거의 독점과 가까운 수준으로 차지하는 것)’ 우려 때문이다.

◇ PC·스마트폰 OS, 글로벌 IT기업들이 99% 차지… OS 무기로 ‘갑질’ 사례도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스마트폰과 PC용 OS시장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특정 IT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막강한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MS사의 PC 전용 OS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Microsoft Windows) 시리즈’와 애플의 ‘Mac OS’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OS 점유율 조사기관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PC용 OS 점유율은 Windosw가 73.7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Mac OS가 15.33%로 그 뒤를 이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는 창문(윈도우) 장수(빌게이츠 MS 전 CEO)와 사과(애플) 장수(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라는 미국인들의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 전용 OS 시장 역시 PC만큼은 아니지만 소수 IT기업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스탯카운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전체 모바일 OS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70.01%이며, 애플의 모바일 OS인 iOS가 차지하는 29.24%였다. 구글과 애플 양 사의 점유율이 전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99%가 넘는 셈이다.

IT분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구글, MS, 애플 등 글로벌 ‘공룡 IT기업’들의 OS 시장 장악력이 강해질수록 반독점 문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OS를 반드시 탑재하거나 이용해야 하는 PC,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앱 제작사들의 경우 OS제조업체가 요구하는 불공정 계약을 억지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반독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애플의 iOS가 사실상 자사 스마트폰 모델인 아이폰 시리즈에만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스마트폰 시장 OS를 장악한 것이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이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반독점 문제의 대표적인 예로는 유럽연합(EU)에서 지난 2018년 구글에 안드로이드의 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로 50억달러(한화 6조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EU 측은 과징금 부과 이유에 대해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크롬 등 구글 앱(App) 등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강요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2014년 공개된 구글의 ‘모바일 앱 판매협약(MADA)’에 따르면 삼성과 HTC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대가로 구글 관련 앱과 검색 엔진을 반드시 구글의 것을 사용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독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 지난 2018년 구글에 안드로이드의 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로 50억달러(한화 6조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한 바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삼성도 정부도 어려운 ‘OS 국산화’… 전문가들 “글로벌 IT기업 갑질 막는 규제가 대응책”

결국 이런 글로벌 IT기업들의 OS 반독점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 기업 혹은 정부 기관에서 개발한 국산형 OS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나 애플의 Mac OS, iOS, 안드로이드 등 핵심 OS를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PC용 OS의 국산 제품 대체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국산형 OS는 하모니카OS, 구름OS, 티맥스OS 등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으나 국내 인터넷 환경이 MS사의 윈도우 의존성이 매우 높아 리눅스 기반의 국산 OS에서 호환성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IT기술력을 지닌 삼성전자 역시 자체 스마트폰OS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는 인텔, 모토로라 등 다른 글로벌 IT기업들과 함께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을 지원하는 다목적 운영체제 ‘타이젠(Tizen)’을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과 경쟁하기 위한 대항마로 개발했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에 사용되는 독자적 OS인 iOS와의 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 안드로이드의 경우 삼성전자 자사의 갤럭시S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부터 저가형 모델군까지 스마트폰 OS시장 전체를 장악한 상태였기에 사실상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된 타이젠은 글로벌 OS점유율에서도 안드로이드나 iOS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점유율은 약 0.2%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더욱 부진이 심화돼 전체 스마트폰 OS시장에서 타이젠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0.02%까지 떨어졌다.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폰 OS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삼성전자는 2017년 ‘삼성 Z4’를 끝으로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 출시가 중단됐고, 지난해 12월 31일 타이젠의 앱마켓인 ‘타이젠 스토어’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현재 타이젠은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TV 전용 OS에서의 상황은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어 가전제품용 OS 시장에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시장조사업체 팍크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스마트TV전용 OS 점유율 중 타이젠은 27%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문가들은 국산형 OS로의 완전한 대체가 힘든 사실을 직시하고, 글로벌 IT기업들이 OS를 무기로 ‘갑질’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체계 등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정선영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디지털 경제와 시장 독과점 간 관계’ 리포트를 통해 “빅테크(대형 IT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시장 왜곡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반독점 규제 체계에 시장환경 변화를 시의성 있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는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중립적 입장에서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마련을 목표로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지배력이 투자와 혁신을 끌어올릴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선순환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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