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호조세를 이어간 LG생활건강이 올해 북미시장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 등으로 상승세 잇기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LG생활건강 뷰티부문 주력 브랜드 '후' 제품(좌)과 글로벌 뷰티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중인 미니 타투 프린터(우). /LG생활건강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LG생활건강이 지난 2005년부터 이어온 호조세를 지난해에도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 겪은 부진의 여파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잠재돼있는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시장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 등으로 상승세 잇기에 나설 계획이다.

◇ 지난해 사상 첫 매출 8조원 달성… 4분기 실적 부진은 불안 요소

LG생활건강(이하 엘지생건)은 지난달 27일 2021년 4분기 및 연간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엘지생건의 연간 실적은 매출액 8조915억원, 영업이익 1조2,896억원이다. 이는 2020년 대비 각각 3.14%(7조8,445억원), 5.62%(1조2,209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거둔 실적과 관련해 엘지생건은 “매출 8조원 달성과 함께 2005년부터 연속된 성장세를 17년째 잇게 됐다”고 밝혔다. 주요 시장에서 소비둔화, 경쟁심화 등 녹록지 않은 환경에도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를 기반에 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엘지생건은 분석하고 있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봤을 때 성장세는 생활용품과 음료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엘지생건의 주 사업부문은 △Beauty(화장품) △HDB(생활용품) △Refreshment(음료) 등이다. 지난해 생활용품과 음료부문 매출로 각각 2조582억원, 1조5,919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대비 9.9%(1,849억원↑), 5.2%(787억원↑) 성장했다. 특히 생활용품부문 연간매출은 첫 2조원대를 돌파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화장품 사업부문은 주춤했다. 지난해 4조4,414억원을 거두며 2020년 대비 0.34% 소폭 감소(167억원↓)했다. 다만 영업익은 2020년 대비 6.47% 성장한 8,761억원을 거두며 매출에서 부진을 만회했다. 

장기간의 호조세에도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실적 둔화세가 4분기에는 역성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엘지생건의 지난해 상반기 실적은 2020년 대비 높은 성장률(매출 10.28%↑, 영업익 10.87%↑)을 보였다. 하지만 3분기에 시작된 매출 부문 감소(2020년 대비 2.9%↓)에 이어 4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감소(매출 3.4%↓, 영업이익 5.9%↓)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 화장품 사업부문에서 하락폭이 컸다. 해당부문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익으로 각각 1조1,403억원, 1,873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대비 크게 하락(13.9%↓, 16.9%↓)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IB) 업계는 △럭셔리 브랜드(후·숨·오휘 등)의 부진 △면세 매출 감소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은정 유안타증권 투자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브랜드 후 매출이 12% 감소했는데 면세의 영향이다. 이외 숨과 오휘는 각각 33%, 24%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부진했다”며 “면세 매출은 전분기에 이어 감소폭이 확대됐다. 원인으로 12월 기간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무리한 할인요구가 있었지만 브랜드 관리를 위해 응하지 않은 영향”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 올해 성장의 키워드는 북미시장 중심 해외사업 확장, 디지털 역량 강화

엘지생건은 올해도 호조세를 잇기 위해 해외사업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중점 추진사항으로 △뷰티사업 역량 집중 △북미시장 중심 해외사업 확장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먼저 대표 브랜드 ‘후’ 계열 제품들(천기단, 환유, 천율단)을 집중 육성해 럭셔리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한다. 북미시장 사업 확장을 위해 ‘후’를 전면에 내세우고 북미 고객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활용해 신규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리치(REACH)’ 인수를 통해 확보한 북미 오프라인 리테일러와 관계를 확대하는 한편, 지난해 인수한 ‘알틱폭스(Artic Fox)’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북미 사업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수행을 염두에 둔 인사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신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미국‧캐나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이창엽 부사장이 사업본부장(COO, 뷰티‧생활용품 사업 총괄)으로 선임된 바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북미‧한국 등 다수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이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북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자사 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디지털 유통 채널 강화는 물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강화로 고객접점을 넓힐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처방 및 개발 등으로 제품 품질을 향상시킬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엘지생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는) 이커머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유통채널 강화와 함께 디지털과 관련된 새로운 시도를 지속 추구할 것”이라며 “디지털 채널 강화에 나서는 한편, 오프라인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에도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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