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 비중 1위를 지켜온 대형마트가 3위로 내려오고 지난해 3위였던 백화점이 1위에, 편의점은 2위를 유지했다. 방역체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이에 대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방역체계가 완화됐을 당시 다수 시민이 백화점을 이용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대대적 지각변동이 있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대명사로 꼽혀온 대형마트가 3위로 내려오고 지난해 3위였던 백화점이 1위에, 편의점은 2위를 유지했다. 오미크론 확산세로 불안은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방역체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는 이에 대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백화점 ‘명품’, 편의점 ‘점포수’ 상승세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연간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2020년 대비 11.3% 증가한 가운데, 온라인 유통업체(이베이코리아·쿠팡 등 12개사)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비중은 지속 증가세(2019년 41.2%→2021년 48.3%)를 보였다. 매출증감률 역시 2020년 대비 15.7% 증가하며 큰 폭 상승했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51.7%)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매출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기저 효과로 2020년 대비 7.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는데, 특히 주목되는 점은 오프라인 유통업계 내 순위 변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장기간(2017년~2021년) 매출비중 1위를 유지해온 대형마트가 3위(15.7%)로 내려갔고, 백화점이 1위(17.0%)를 차지한 데 이어 편의점(15.9%)도 대형마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은 2020년의 부진(15.2%, 3위)을 씻어냈다. 매출 규모는 2020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24.1%↑)했는데, 백화점 전체 상품군 중 33.0%를 차지한 해외유명브랜드(37.9%↑)가 성장을 견인했다. 해외여행이 자제된 상황에서 고액소비가 명품으로 몰리는 이른바 ‘보복소비’의 효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자연·문화 등 각종 체험형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 유치를 시도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한 매출 증가세(2020년 2.4%↑, 2021년 6.8%↑)를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활동 반경이 축소돼 지역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선정된 점도 한몫했다. 따라서 편의점 매출의 각각 40%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4.3%↑) △가공식품(11.6%↑) 부문의 성장도 지속됐다. 

편의점 매출 증가요인이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는 매출 하락(2.3%↓)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남과 함께 1인 가구의 증가로 소량구매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부분 역시 매출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배송서비스를 강화해 온라인 매출 비중(해당 매출은 온라인 유통업부문에 포함)을 늘린 점 역시 오프라인 점포 매출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 무르익는 방역체계 완화 기대감… “소비재 취급 업종 수혜 예상”

현재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올해가 ‘위드코로나’의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 또한 무르익고 있다. 높은 백신접종률과 함께 오미크론의 위중증·치명률 등이 타 변이바이러스에 비해 낮다는 점에서 향후 방역체계 완화 가능성이 시사됐기 때문이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고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업계 최대 화두는 ‘체험’이다. 매대 위주로 구성된 기존 공간을 리뉴얼(재단장)해 백화점과 같이 각종 체험형 공간을 늘려 체류시간 확대를 노리는 한편, 비식품군을 줄이고 채소‧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 전문 매장으로 개편하고 있다. 여기에 와인‧리빙 등에 주력하는 전문매장을 배치해 고객유입을 늘리는 한편, 연령층을 다양화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퀵커머스(30분 내외 즉시배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을 물류거점(MFC)로 활용해 이용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첨단 ICT 기술을 적용해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는 ‘리테일테크’에도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낮에는 점원이 응대하고 밤에는 무인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 확대로 활동 시간의 제약이 사라지는 시기를 대비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1월 투자은행(IB) 업계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정착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해 급격한 물가 상승과 함께 이뤄진 가공식품 판가 인상이 다양한 소비재를 취급하는 대형마트의 성장과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편의점의 경우 대학가 등 특수입지의 정상화와 함께 유흥가 등 상권의 영업제한이 해제되면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투자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2022년은 위드코로나와 글로벌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자극되는 시기이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 등의 이슈가 소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업태 전반적으로 소비 시장에 둔감한 필수소비재 취급 업태인 대형마트, 편의점이 유리할 것이다. 필수소비재를 취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수혜가 예상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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