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호감도 일본보다 낮아… 지난해부터 중국인 부정적 여론 포착
항공업계, 국제선 정상화 아직 오리무중… 韓·中 입국자 격리 조치도 지속
“中 노선은 중국인 관광객 수요 높아, 노재팬과 다소 달라”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개막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이나 스키점프 등 다수의 종목에서 중국선수단에게 유리한 편파판정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9년 반일 정서가 최고조에 달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항공·자동차·유통 등 산업계에 큰 영향이 나타났다. 여기에 빗대보면 올해는 반중 정서로 인한 ‘중국 불매운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항공업계는 2019년 중순 불거진 노재팬으로 인해 같은 해 하반기 일본을 오가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그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일본 노선을 줄여가다 결국 일본 하늘길을 완전히 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신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위주로 항공편을 재편했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못했다.

이로 인해 2019년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항공사가 적자전환 및 순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제선 운항이 제한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간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19 양상이 전염율은 높으나 치명율이 낮은 변종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 감지되면서 국제선 운항 재개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형항공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노선을 계획한 상황인데,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시사위크
국내 항공업계가 2019년 반일정서로 인해 타격을 입은 후 3년이 지난 2022년에는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을 맞았다. / 시사위크

국민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반중 정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다.

먼저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5월 20일 이민정책연구원·국제이주기구(IOM) 주최로 열린 ‘세계인의 날 기념 이주·사회통합 정책 세미나’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사회적 거리감 점수 통계를 발표했는데, 중국인에 대한 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해당 집단을 더 껄끄럽게 느끼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중국인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0.86점으로 나타났다.

김석호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북미인)이나 유럽인, 일본인, 대만인, 동남아시아인 등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 사회적 거리감 점수는 2008년과 비교해 2018년에 낮아졌지만 유독 중국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점수만 0.80점에서 0.86점으로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중국인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또한 60대의 경우 미국과 유럽·중국·일본·대만·동남아 국가의 외국인에 대한 거리감 점수 편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유독 20대 집단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거리감 점수가 0.71점, 미국을 비롯한 북미인에 대한 거리감은 0.32점으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4월 실시한 ‘한반도 주변국에 대해 평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온도로 표시하라’는 조사 결과에서도 MZ세대의 중국 혐오가 나타났다. 온도가 낮을수록 그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큰 것인데, 20대가 중국에 대해 느끼는 온도는 12.8도, 30대가 느끼는 온도는 20.1도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무척 낮았다. 이는 일본에 대한 감정의 온도(20대 26.0도, 30대 22.4도)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의 신기욱 교수 연구팀에서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지난달 한국인 1,000여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26.5점을 기록했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30.7점)보다도 낮은 수치다.

현재는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다소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향후 규제가 완화되면 이러한 반중 정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아직까지 국제선 운항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고, 한국과 중국은 여전히 양국 간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시행 중”이라며 “현재로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반중 정서는 앞서 나타난 반일 정서와는 다른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해외여행지로 꼽히며 아웃바운드 승객이 많아 자연스럽게 인바운드 승객도 많은 상황이었으나, 중국의 경우에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많다”며 “중국 노선은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