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시장 간판 노란색 바꾸고, 이번엔 삼성 떼고… 남은 건 엠블럼
‘르노 로장주’보다 익숙한 ‘태풍의 눈’… 내수용·수출용 별도 제작 문제 상존
르노삼성 “지분·사명·로고, 전부 별개 사안… 엠블럼 특허도 우리가 보유”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SM6. 직전 모델보다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8월부터 사명에서 ‘삼성’을 떼는 개명을 준비하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8월부터 사명에서 ‘삼성’을 떼고 홀로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홀로서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간 르노삼성이라는 브랜드로 사용해온 ‘태풍의 눈’ 엠블럼(로고)은 놓지 못하는 모습이라 반쪽짜리 독립으로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르노의 공식 엠블럼은 마름모 형태의 ‘로장주’ 마크다. 해외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르노 차량에는 로장주 엠블럼이 부착된다.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르노 모델도 로장주를 단다. 그러나 한국 내수용만큼은 과거부터 사용하던 ‘태풍의 눈’ 엠블럼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사명을 변경한 후에도 엠블럼 교체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게 르노삼성 측의 입장이다.

르노삼성이 ‘삼성’의 색채를 벗어던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부터다. 2015년 10월까지 전국의 르노삼성 전시장의 간판 색은 파란색이었는데, 2015년 11월 르노삼성 측은 전시장 간판을 노란색으로 바꿔달기 시작했다. 삼성을 상징하던 파란색을 르노의 상징인 노란색 ‘옐로우 아치’로 변경한 것이다.

이때부터 르노삼성은 삼성과의 관계를 청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0년 8월에는 지난 2000년 르노삼성 출범 후 10년 단위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다만, 상표권 사용을 2년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이로써 올해 8월부터 르노삼성은 사명에서 삼성을 떼야 한다. 삼성의 색깔을 대부분 벗어던졌으나, 엠블럼에 대한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 2대 주주인 삼성카드가 지분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 전시장의 간판 색깔은 노란색이 주로 사용됐다. / 르노삼성자동차

태풍의 눈 엠블럼은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사용하던 로고로, 국산차라는 이미지와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두 가지가 모두 녹아있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또 20년 넘게 사용된 만큼 국민들에게 익숙한 점도 마케팅에 긍정적인 요소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이 태풍의 눈 엠블럼을 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르노 로장주는 2018년 수입 판매한 르노 클리오 모델에 처음 공식 사용됐으며, 이후 2020년 르노 캡처(QM3 후속)에 이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상용차 마스터, 전기차 조에 등에 부착하고 있다. 대부분 모델이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한 모델로 꼽힌다. 판매대수가 적고, 사용 기간이 짧은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로고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로장주 엠블럼에 대한 니즈가 피어나고 있다. 태풍의 눈 엠블럼보다 로장주가 차량의 이미지를 더 부각시키고 수입차다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태풍의 눈을 달고 판매가 되고 있는 SM6, QM6, XM3 모델을 구매한 후 개별적으로 라디에이터그릴과 후방 엠블럼 교체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며, 일부 전시장 영업사원(딜러)이 이러한 엠블럼 교체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현상이 포착되기도 한다.

르노삼성 쿠페형 소형 SUV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 모델의 해외 수출물량이 국내 내수 실적을 앞질렀다. / 르노 프랑스 홈페이지 갈무리
르노삼성 쿠페형 소형 SUV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 모델의 해외 수출 모델(사진)은 엠블럼이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과 달리 로장주를 달고 있다. / 르노 프랑스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해당 모델은 내수용과 수출용을 별도로 제작하는데, 해외 수출용 모델인 탈리스만(SM6)·콜레오스(QM6)·아르카나(XM3)에는 로장주를 부착한다. 모두 부산공장에서 제작이 되는 것은 동일하나 엠블럼으로 인해 생산라인을 나눠야 하는 문제가 상존한다.

차량에서 엠블럼이 부착되는 부분은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과 후면 트렁크 도어 중앙, 그리고 차량 휠 4짝, 실내에서 스티어링휠 중앙, 차키 등이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엠블럼 형태가 다른 만큼 엠블럼 제작을 위한 비용도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것보다 많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홈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는 점도 향후 ‘삼성’을 뗀 르노삼성의 해결 과제 중 하나다. 국내 생산, 국내 판매 모델인 SM6와 QM6, XM3는 ‘르노삼성’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수입 판매 모델인 조에와 마스터, 트위지 등은 ‘르노’ 별도로 운영하는 ‘르노’ 홈페이지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 측은 사명 변경과 엠블럼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세 가지를 구분해서 생각하면 된다. 지분과 사명과 브랜드 로고는 모두 다 별개의 사안으로, 로고는 우리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 사명 변경과 상관없이 계속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며 “아직 (삼성을 뗀 이후) 사명도 어떻게 될지 확정된 게 없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써는 추후 사명이나 엠블럼 등이 어떻게 될지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이지만, 로고는 우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대로 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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