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디지털 플랫폼기업 ‘디지코(DIGICO: 디지털+텔레코의 합성어)’으로의 행보를 천명한 KT는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현재 다양한 IT분야에서 러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종합 디지털 플랫폼기업 ‘디지코(DIGICO: 디지털+텔레코의 합성어)’로의 행보를 천명한 KT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해 기존 통신 사업과 디지코 사업의 고른 성장을 보이며 매우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것.

9일 KT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1%, 41.2.% 증가한 24조8,980억원, 영업이익 1조6,718억원으로 집계됐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21.6% 증가한 1조682억원을 기록하며 당초 2022년 목표였던 별도기준 영업이익 1조를 지난해 조기 달성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KT는 디지코 KT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해외 진출’ 부문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KT가 진출에 공을 들이는 해외 국가는 ‘러시아’다. 현재 다양한 IT분야에서 러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KT는 9일 러시아 시장진출을 목표로 동유럽 대표 통신사업자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KT

◇ “통신부터 AI·자율주행까지”… 러시아 진출 속도 올리는 KT

먼저 KT는 9일 러시아 시장진출을 목표로 동유럽 대표 통신사업자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사업협력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유무선 최대 통신기업인 MTS는 러시아를 비롯해 아르메니아와 벨라루스 등에서 약 8,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양 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러시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동 구축 △인공지능(AI) 기반의 영상 및 음성 솔루션 기술협력 △미디어 콘텐츠 교류와 지적재산권(IP) 확보 등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업을 발굴한다.

대한민국 최고 IDC 사업자인 KT는 IDC 구축 및 운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러시아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협력한다. 이와 함께 양 사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예정이다. MTS가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KT 기가지니를 활용한 MTS AI 스마트 스피커 사업협력을 추진하며, MTS의 AI 영상보안솔루션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협업을 이어간다.

KT와 얀덱스SDG는 지난 1월 18일 AI, 로봇, 자율주행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KT AI/DX융합사업부문 송재호 부사장(오른쪽)과 얀덱스SDG CEO 드미트리 폴리슈크가 MOU를 체결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KT

KT는 단순 이동통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과 로봇, 디지털 의료시스템 등에도 러시아 IT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러시아 얀덱스(Yandex)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회사 얀덱스SDG(Self Driving Group)와의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의 AI·DX 역량과 Yandex의 자율 주행 로봇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KT와 얀덱스SDG가 협력하는 사업분야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 등이다. 양 사는 △한국 맞춤형 로봇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연내 자율주행 배송로봇 상품 출시 △차세대 AI 로봇 솔루션 개발 및 고도화 협력 △추가 ICT 사업 협력 TF 운영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의료 부문의 경우, 지난 3일 ‘MEDSI 그룹(메드시 그룹)’과 러시아 내 건강검진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하면서 러시아 디지털 의료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KT와 업무협약을 맺은 메드시그룹은 러시아 최대의 민간 의료법인으로 러시아 전역에 91개의 종합병원 및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KT는 메드시와의 협력을 기점으로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의료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특히 KT의 DX(디지털전환) 역량을 활용한 원격판독, 의료 AI(인공지능)와 같은 의료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양 사는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의료시스템이 부족한 러시아에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KT는 3일 러시아의 MEDSI Group(메드시 그룹)과 러시아 내 건강검진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러시아 디지털 의료 시장에도 진출했다./ KT

◇ “급성장하는 러시아 IT시장, 우리나라 통신사의 ‘블루오션’ 가능성 높다”

KT가 수많은 해외 시장 중 러시아 IT시장에 대한 진출에 공을 들이는 무엇일까. IT분야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향후 유럽 국가 전체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IT·통신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분야에서 KT가 러시아 시장에서 활약할 여지는 충분하다. 러시아 AI시장의 뚜렷한 성장세와 활용 증가 추세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IT컨설팅기관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이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억4,000만달러였던 러시아의 AI시장 규모는 1년 새 약 21.4%가 증가해 2021년 기준 2억9,150만달러에 달했다. IDC는 오는 2024년까지 러시아 AI시장은 매년 18.5%씩 성장해 5억5,551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AI가 주로 응용되는 산업 분야는 금융, 제조업, 고객 서비스, 공공 서비스, 보건 등 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T의 비통신 사업의 최고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B2B사업이 활약할 수 있는 조건이 확실히 마련돼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KT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이동통신사들 역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기술력이면 러시아 통신시장에서 경쟁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아울러 IT분야 전문가들은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다른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 역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5G통신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최고 수준의 5G통신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기술력이라면 러시아 통신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발표한 ‘러시아의 4차 산업혁명 기술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인구 100만명 이상의 10개 도시에 5G서비스를 시작하고 오는 2023년까지 대규모 5G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2024년까지 5G 네트워크 솔루션의 러시아산 점유율을 20%로 높인다는 목표다. 즉, 2024년까지는 80% 이상의 5G통신을 해외 통신사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AI·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5G통신 솔루션을 러시아 측에서 이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영국의 통신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OpenSignal)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러시아 통신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5G통신망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며 4G(LTE) 다운로드 속도 역시 가장 빠른 통신사가 23.2Mbps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LTE 다운로드 속도가 150.3Mbps임을 감안하면 통신망 기술력에서는 확실히 국내 통신사들이 러시아 통신사들에 비해 압도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러시아 IT산업 발전과 한·러 협력: 러시아의 경제 구조전환을 중심으로(2020)’ 보고서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IT기술협력을 위한 경제적, 정책적 그리고 기술적 조건이 모두 완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IT 소프트웨어, 우리나라는 IT 하드웨어 부문으로 양국의 비교우위가 명확하게 나뉜다”며 “협력 환경이 조성될 경우 민간의 자발적 협력이 수월할 뿐 아니라 협력의 지속성도 보장될 수 있다”고 러시아 IT시장과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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