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기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게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가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보통신기술(IT)의 급격한 발전으로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사회의 도래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기술 개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특히 만성질환, 정서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 가운데 ‘게임(Game)’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취미와 여가활동 정도로만 인식됐던 게임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 시장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접근성 높은 게임, 디지털 치료제 활용에 가능성 ‘무궁무진’

IT분야 및 의료계 전문가들은 게임이 가지고 있는 높은 ‘접근성’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누구나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심리 치료 등에 이용할 경우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약 1.4% 성장한 1,803억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PC보다 훨씬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는 932억달러로 전체 게임 시장 점유율의 약 52%를 차지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게임을 이용하면, 디지털 치료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환자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병원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고 게임에는 흥미가 높은 저연령층 환자들과 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디지털 치료를 진행할 경우 상당히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KIRI) 홍보배 연구원은 ‘디지털 치료제로서 게임의 활용 현황(2021)’ 리포트에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특히 치료용 게임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제로서 게임은 주로 아동·청소년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HDH), 노인의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개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도 ‘기술동향 브리프-디지털 치료제’ 리포트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 적용을 통해 정신질환, 만성질환 등에서 대면진료를 일부 대체해 감염 우려를 줄일 수 있어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스마트폰 앱, 게임, VR 등은 한 국가의 인구 전체를 상대로 치료효과를 제공할 수 있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으며 개발 기간도 짧아 신시장 창출이 유리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에서 개발한 ADHD 치료용 게임 ‘엔데버 Rx(Endeavor Rx)’의 실제 시현 모습./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 유튜브 캡처

◇ 치료 효과도 확실하지만… 불확실한 제도와 게임 업계의 소극적 태도는 장애물

이처럼 게임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인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현재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보급되기 시작한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들은 실제 치료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미국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Akili Interactive Labs)사가 개발한 아동 ADHD 치료용 디지털 게임 ‘엔데버 Rx(Endeavor Rx)’다. 엔데버 Rx는 레이싱 게임의 일종으로 내장된 SSME(선택적 자극 관리 엔진) 기술을 통해 저하된 인지기능을 치료한다. 

엔데버 Rx에 탑재된 SSME는 개별 환자 맞춤의 치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적응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한편, 주의력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 시스템인 전두엽 피질만을 활성화하도록 특정 감각을 자극한다. 이와 동시에 이용자는 게임의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다양한 작업의 운동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엔데버 Rx의 치료 효과는 의학계에서도 인정받은 상태다. 개발사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사에 따르면 총 600여명의 소아를 대상으로 엔데버 Rx를 이용한 ADHD 치료를 하루 25분, 주 5일, 4주 동안 진행한 결과, 73%의 아동이 주의력이 향상됐으며, 부작용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치료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은 엔데버 Rx는 2020년 6월 미국 FDA(미국식품의약국)에서 디지털 치료용 게임으로 첫 승인을 받았다.

다만 IT분야, 법조계,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디지털 치료제용 게임의 치료 효과와 기술 가치는 충분하지만 시장 성공을 위해선 아직까지 넘어야할 장애물이 다수 산적해 있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치료용 게임은 게임 산업과 의료 산업이 융합되는 부문인 만큼, 아직까지 불확실한 법률 및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 자체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디지털 치료용 게임 기술을 개발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실제로 한국게임학회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1월 발표한 ‘디지털치료제로서 게임 활용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산업 분야 종사자의 과반수가 디지털 치료제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전체 4%의 응답자만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은 보고서에서 “현재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법률적 근거 및 책임 여부가 모호하다”며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의료 행위에 대한 권리, 책임 등 많은 부분이 결정되지 않아 게임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사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의지와 방안이 없으며 의료계가 요구하는 기술적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로 의료계는 의료 기술 및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한 게임 기술 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협력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가 관련 개발 정보와 참여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포털의 구축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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