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가 올해 1월부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수입차업계가 올해 1월부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수입차업계가 올해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대란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판이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신규등록대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지난 1월 판매 1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BMW다. BMW는 5,55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에 비해 2.9% 하락한 수치지만, 업계 전반의 하락세에 비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수입차협회 가입 브랜드의 지난 1월 총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감소세를 보였다. 

BMW의 뒤를 이은 것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의 1월 판매실적은 3,405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42.5%나 감소한 수치다.

벤츠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6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지키며 위상을 높여왔다. 지난해에는 특히 수입차시장을 넘어 국내 자동차시장 전체에서 판매 3위를 꿰차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출발부터 경쟁브랜드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됐다.

사실, 벤츠의 이상기류는 앞서부터 꾸준히 감지돼왔다. 매년 꾸준하고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오던 벤츠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자체 판매실적이 역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엔 월간 판매실적이 3,000여대 수준으로 뚜렷하게 감소하기도 했다. 

오랜 맞수인 벤츠와 BMW의 경쟁구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포착된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BMW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엔 벤츠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무려 13년 동안이나 두 브랜드가 1위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판매실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경쟁도 자주 벌어졌지만, BMW가 화재결함 파문에 휩싸인 이후에는 격차가 크게 벌어진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판매실적만 놓고 보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벤츠가 1만3,920대, BMW가 1만3,317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모처럼 근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화재결함 파문을 딛고 재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BMW의 행보와 전 세계 자동차산업을 덮친 반도체 대란 여파가 꼽힌다. 무엇보다 외부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대란 여파가 상당한 만큼, 이것이 올해 수입차시장 1위 경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1월 판매실적에서는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차 브랜드들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업계 전반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혼다와 렉서스는 1월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혼다·토요타·렉서스 등 일본차 브랜드는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 역시 전년 대비 상승세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인 바 있는데, 올해 역시 대체로 뚜렷한 회복세를 이어가며 출발한 것이다.

2022년, 국내 수입차시장에 어떤 중대 변화가 찾아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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