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롯데쇼핑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강등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달 초부터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한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의 실적 개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뚝… 결국 신용등급 하향조정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156억원으로 전년보다 37.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조5,811억원으로 3.7% 줄었고, 순손실은 2,86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잠정 실적이 발표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강등을 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고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이 주요하게 언급됐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2021년 잠정실적 발표내용이 예상 대비 저조한 가운데 중단기적으로 영업수익성의 회복 관련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온·오프라인 유통업태 간의 경쟁 심화, 코로나19 장기화, 대형마트, SSM 등 주요 유통업태에서의 회사의 상대적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창출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주요 경쟁기업이 2021년 중 일정수준의 영업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최근 회사가 공시한 2021년 연결 기준 잠정실적은 매출 및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기존 예상 대비 더욱 부진한 수준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실적 부문에서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 3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롯데쇼핑이 2020년 이어 작년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반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호실적을 거뒀다. 

우선 신세계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신세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4.6% 증가한 5,1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신세계 측은 럭셔리 사업 호황, 자회사 선전, 오프라인 매장 혁신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사상 최대 매출을 시현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57.2% 증가한 3조5,7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644억원으로 전년보다 94.6% 늘었다.

이들 경쟁 기업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도 호실적을 낸 반면, 롯데쇼핑은 지난해에도 부진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대형마트, SSM, 온라인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된 탓으로 풀이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1년 들어 롯데쇼핑의 백화점부문은 명품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 희망퇴직 비용 발생, 신규점 오픈에 따른 판관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수익성이 전년 대비 저하됐지만 회사의 백화점 부문은 주요 사업부문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마트 및 SSM부문의 경우 2020년 점포망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후 지속적인 변화 노력이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실적 개선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커머스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 적자폭은 더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마트부문 매출은 5조7,16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320억원으로 전년보다 확대됐다. 이커머스 사업 부문(롯데온)의 매출은 1,080억원으로 21.5% 줄고 영업적자는 1,560억원을 기록했다.

◇ 경쟁사 실적 호조에도 나홀로 부진… 올해는 달라질까  

이러한 실적 부진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주요 재무지표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관측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지난해 롯데월드타워 매각 및 저효율 점포 폐점에 따른 차입금 및 리스부채 감소 등으로 2021년 9월말 기준 연결기준 순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약 11조6,000원으로 2020년말(12조5,0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소폭 개선됐지만 비우호적인 대내외 환경 등으로 이익창출력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의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핵심사업인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SSM 부문의 수익성 개선 여부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통합 속도 및 성과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부담 관리 수준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까지 혹독한 체질 개선 작업을 이어왔다. 부진한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 리뉴얼을 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아직까지 이러한 체질 개선의 성과가 뚜렷한 실적 개선으론 나타나진 않는 모양새다. 

다만 롯데쇼핑은 ‘올해는 반드시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러한 변화의 의지로 유통부문 총괄 수장 교체도 단행하는 등 인적 쇄신도 대대적으로 꾀했다. 롯데그룹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롯데쇼핑 수장으로 비(非) 롯데 출신인 김상현 부회장을 영입한 바 있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달 7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과연 김상현 부회장 체제 아래, 롯데쇼핑이 부진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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