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연이어진 주류세 인상, 원료 가격 상승으로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이라는 고민을 떠안았다. 소주 원료 가격 인상 직후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업계 내 인상 대열이 형성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올 초 연이은 주류세 인상, 원료 가격 상승으로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이라는 고민을 떠안았다. 소주 원료 가격 인상 직후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업계 줄인상이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종량세율 개편, 원료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 고민 떠안은 주류업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달 6일 ‘2021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맥주‧탁주에 적용되는 종량세율 변경이 포함됐다. 기존 맥주(1L(ℓ, 리터) 기준 834.4원)와 탁주(41.9원)에 적용했던 세율에 소비자물가상승률(2.5%↑)을 반영해 오는 4월부터 맥주 855.2원(20.8원↑), 탁주 42.9원(1.0원↑)으로 조정한다.

기재부는 종량세율 변경 근거로 “종가세(출고가격 기준 세금을 부과)를 적용받는 주종(증류주 등)은 물가 상승에 따라 주류 가격 인상에 비례해 세부담이 증가한다”며 “종량세가 적용되는 맥주, 탁주의 경우 세부담이 불변(실질 세부담 감소)하므로 물가연동제를 적용해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세부담이 유지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소주의 경우 주 원료인 주정(희석해 음료로 만들 수 있는 에틸알코올) 가격이 상승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대한주정판매는 주정 가격을 7.6%~7.8% 인상했다. 과세 주정은 36만3,743원에서 39만1,527원으로 7.6% 올랐고, 미납세 및 면세주정은 35만1,203원에서 37만8,987원으로 7.8% 인상됐다.

대한주정판매는 다수 주정제조사가 참여해 만든 주정 구입 및 판매 회사로, 현재 진로발효 등 9개사가 참여해있다. 주정 공급은 대한주정판매가 주정제조사의 주정을 일괄적으로 구입한 뒤, 주류제조사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정 가격 인상은 주정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다. 대한주정판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주정의 주원료인 쌀‧보리‧타피오카 등 곡물류 가격 상승이 인상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맥주·소주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량세율, 주정 가격이 오른 뒤 가격 인상이 이뤄진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종량세율 개편 당시 맥주는 4.1원(830.3원→834.4원), 탁주는 0.2원(41.7원→41.9원) 인상이 결정되며 2개월 후인 3월부터 적용된 바 있다. 이후 오비맥주는 지난해 4월 ‘카스’ ‘오비라거’ 등 330ml 병 제품과 페트병 제품, 생맥주의 출고가를 1.36% 인상했고, 한 달 후 하이트진로도 ‘테라’ ‘하이트’ 등 330ml 병 제품의 출고가를 1.36% 인상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탁주업계도 세율 변경 이후 인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서울장수가 ‘장수 생막걸리’ 출고가를 120원 인상했으며, 이후 △배상면주가(7월) △국순당(12월) △지평주조(올해 1월) 등이 인상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소주의 경우 2008년과 2012년 주정 가격이 인상됐을 당시 잇따라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주정 가격이 오르고 같은 달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소주 병당(360ml) 출고가를 72.8원 인상(8.19%↑)했다. 이듬해 1월 당시 롯데주류(2011년 롯데칠성음료로 합병)도 처음처럼 소주 병당 출고가를 77.1원 인상(8.87%↑)했다. 2012년의 경우 7월 주정 가격이 오른 뒤, 같은 해 12월 하이트진로, 이듬해 1월 롯데칠성음료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 하이트진로, ‘원가 및 비용 상승’으로 인상 결정… 롯데칠성음료, “인상 논의 없다”

앞선 사례와 같이, 결국 주정 가격 인상은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실제 최근 소주 업계 1위로 평가되는 하이트진로는 소주류 제품 출고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는 1081.2원에서 1166.6원으로 85.4원 인상(7.9%↑)된다. 인상 대상은 360ml병, 일부 페트류 등의 제품으로 오는 23일부터 인상가격이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출시된 ‘진로’의 출고가도 참이슬과 동일한 인상분(7.9%)이 적용된다.

하이트진로는 출고가 인상의 주된 근거로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공병 취급수수료 △제조경비 등 원가 및 비용 상승을 들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비용절감, 효율화를 통해 인상분을 흡수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지난 3년 간 14% 이상의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 지속되고 있으나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소주 출고가 인상은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12월과 2019년 5월 소주 출고가 인상이 시작된 후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가격은 1,000원 가량 인상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제조사 출고가에 비해 음식점 주류 가격 인상분이 높은 이유는 인건비‧임대료 등 점포 운영비용 상승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올린만큼 소주 업계 내 인상은 연이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하이트진로가 올린 직후, 한 달 내외로 롯데칠성음료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22일 주류기업 ‘무학’이 자사 소주제품 출고가를 8.85% 인상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하이트진로 인상 발표 전인 지난 17일과 22일, 본지와 두 차례 통화에서 “현재 인상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다”는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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