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전환’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다. 하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등 경쟁 상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니즈 파악과 실시간 온라인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내는 이때, 디지털 전환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TV나 인터넷 뉴스 등 미디어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IT기술로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서둘러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디지털 전환 시대에 아직도 고립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의 상인들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경쟁 상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니즈 파악과 실시간 온라인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이런 디지털 전환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 스마트 장터라는데… 실제 방문한 전통시장은 디지털 전환 기술 도입 ‘미미’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22일 기자는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구매탄 시장’을 직접 방문했다. 수원 구매탄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인 전통시장 중 하나였기에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상황을 살펴보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수원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추진한 ‘2020 공공부문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택트 스마트 장터는 소비자가 모바일 앱이나 키오스크로 전통시장에서 소상공인이 판매 중인 상품을 주문한 뒤 상품을 가지러 가거나, 배달받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22일 방문한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구매탄 시장. 수원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 사업을 진행했다고해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모습을 기대했으나, 예전 전통시장과의 차이점을 찾긴 어려웠다./ 수원=박설민 기자

하지만 이날 기자가 방문한 구매탄 시장의 모습은 디지털 전환의 이점을 크게 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힘들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우리가 상상하던 전통시장의 모습 그대로 ‘아날로그’한 모습으로 행인들과 물건을 흥정·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수원시에서 과기정통부 측 2020 공공부문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으로 진행했다는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을 이용하는 상인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히 ‘온라인으로 상품을 배달한다’는 종이 광고 문구를 붙여놓은 상점 역시 수원시에서 추진하는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이 아닌, ‘배달의 민족’ 등 대형 배달플랫폼기업의 앱(App)을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구매탄 시장 상인들의 경우 수원시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보이진 않았다. 

구매탄 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에 대해 들어보긴 했는데 사용하고 있진 않다”며 “여기 몇몇 상인들이 사용했던 걸로 알고는 있는데 그걸로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손님 수가 늘거나 하는 특별한 효과를 본 것 같진 않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방문한 수원시 주민 B씨도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이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몰랐다”며 “배달 앱을 사용해서 물건을 배송 시키는건 대형마트에서나 했지, 전통시장은 가끔 방문해 물건을 구매할 것 같다”고 말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스마트 장터 플랫폼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다소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 상인들 대부분은 여전히 손님과 '면대면'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몇몇 가게 정도에서만 배달의 민족 등 대형 플랫폼 업체의 배달 앱(App)을 사용할 뿐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을 이용하는 가게는 찾을 수 없었다./ 수원=박설민 기자

◇ 제대로 운영 안되는 정부 플랫폼… 수원시 스마트 장터는 서비스 중단까지

이런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IT분야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역시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 디지털 전환을 시작한 대형마트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등 IT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에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전통시장 500곳을 디지털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원시 구매탄 시장의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도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인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사업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뉴스는 자주 나오는데, 정작 해당 사업들이 몸으로 체감되는 것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던 수원시 구매탄 시장의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 사업 자체도 지난해 1월까지는 진행됐지만 현재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2020년 9월부터 12월까지 플랫폼 개발을 해서 수원시의 전통시장 1곳(구매탄 시장)을 시범 지원하는 방식으로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 사업을 추진했었다”며 “그런데 지난해 1월 초 개시를 해 진행한 사업의 경우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몇 번 운영하다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함께 해당 사업 공모를 담당했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020년도 플래그십으로 수원 전통시장 플랫폼 사업은 정상적으로 개발 완료 후 오픈이 됐었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 고도화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원시와 개발사 측 사이에서 공공 배달앱 연동과 관련한 문제가 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현재 수원시와 플랫폼 개발사는 현재 협업을 안하고 있어 온라인 스마트 장터 플랫폼 서비스가 구매탄 시장에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사에 문의한 결과 타 시·도와 5월 달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다.

수원시와 과기정통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측에 따르면 구매탄 시장에서 진행됐던 온택트 스마트 장터 플랫폼 사업은 최근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서 전통시장 물건 배송을 선택하면 주문 가능한 매장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박설민 기자

◇ 전문가들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위해선 인프라 구축 및 지원·교육 등 절실”

이런 플랫폼 관리 문제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추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타 경쟁업 종사자들보다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사 알고 있더라도 경제적·기술적 어려움에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만나본 구매탄 시장의 한 상인 역시 “최근 뉴스나 TV광고에서 대형마트나 상점들에서 키오스크니, AI도우미니 하는 디지털 기술들에 대해 자주 접하고는 있다”면서도“경제적 여력도 없고, 크게 필요한지 잘 체감되지 않아서 도입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벤처연구원(KOSI) 남윤형 수석연구위원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 전략(2021)’ 보고서에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 디지털화는 아직 기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소상공인은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필요성 또한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술 수용성이 낮아 본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준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자금,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특히 20~30대의 젊은층에서 자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이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의 구축과 지속적 유지·운영, 상인들의 디지털 교육 및 인식 개선 등을 통한 활성화가 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사진=Gettyimagesbank, 편집=박설민 기자

결국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이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의 구축과 지속적 유지·운영, 상인들의 디지털 교육 및 인식 개선 등을 통한 활성화가 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혜정 연구위원은 ‘전통시장 비대면 거래(온라인) 진출방안 연구(2020)’ 보고서를 통해 “전통시장의 비대면 거래 도입을 위해 단계적 플랫폼 지원과 시장을 찾는 고객의 특성별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비대면 거래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및 상인 대상의 디지털 교육 및 인식개선, 홍보 및 마케팅 지원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비대면 경제의 확산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적인 측면에서도 전통시장의 지원 방향을 온라인중심으로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박정미 연구위원도 8일 발표한 ‘소상공인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디지털 전환’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화의 증가와 성장은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생태계의 다양한 플레이어에게 비즈니스 모델 확대를 위한 기회로 작용한다”며 “금융기관 자문과 상담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생업 현장에서 바쁜 소상공인에게 최상의 해결책을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로 갑작스럽게 디지털 부문에 진출한 소상공인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종속되거나, 수수료·개인정보 보호 등 불공정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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