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효율, 저온서 30% 이상 낮은 경우도… 별도 고지 안 해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고가 전기차에 대한 전비 정보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 알 권리 침해 논란, 저온 효율 표기 의무화 대두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 및 테슬라 모델X. / 픽사베이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를 판매 중인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현재 전기차 전비를 상온 기준으로 측정한 데이터만 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저온 상태에서의 주행가능 거리를 명확히 인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전기자동차(E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전기차의 ‘1회 완전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 표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국내에 판매하는 전기차의 제원(성능)을 표기할 때 1회 완충 주행가능 거리를 ‘상온’ 기준으로만 표기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표기 방식이 소비자에게 불명확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한국 시장에 출시한 전기차 모델3 롱레인지의 성능을 ‘1회 완충 시 최대 446.1㎞ 주행이 가능하다’고 광고를 했었다. 그런데 -7℃의 저온 상태에서는 주행거리가 273㎞ 수준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온 대비 저온의 배터리 효율이 38.8% 감소한 것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러한 저온 상태의 배터리 효율에 대해 별도로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현재도 동일하다. 현재 판매되는 테슬라 모델3는 대부분 배터리 성능 개선을 해 상온과 저온의 전비 차이가 20% 내외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전비 및 1회 완충 주행가능거리를 여전히 상온 기준으로만 안내하고 있다.

테슬라 외 다른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성능에 대해서는 상온 상태에서의 1회 완충 주행거리만 차량별 카탈로그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특히 쉐보레 볼트 EUV, 메르세데스-벤츠 EQA250(2022년) 등 일부 전기차는 상온과 저온 전비의 차이가 30% 이상 나타나는 모델로 꼽힌다. BMW iX3 M스포츠(2022년) 모델도 저온/상온의 배터리 효율이 28.5% 정도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온·저온 전비 효율 차이에 대해 “차량의 해당 에너지 효율은 표준모드에 의한 에너지 효율로서 도로상태, 운전방법, 차량적재, 정비상태 및 외기온도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있습니다”라는 부가 설명만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으로는 저온 상태에서 배터리 효율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떨어지는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소비자가 저온 상태의 전기차 배터리 효율과 관련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제조사가 아닌 정부기관 사이트에서만 저온 전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S와 BMW iX 등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개된 일부 전기차는 보닛을 일반인들이 개방할 수 없다. 사진은 벤츠 EQS(왼쪽)과 BMW iX.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그룹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EQS(왼쪽)와 BMW iX(오른쪽) 등 고가의 전기차에 대한 저온 주행거리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그룹 코리아

이마저도 무공해차 중 구매보조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는 차량만 표기를 하고 있어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8,500만원 이상 전기차의 저온 상태 1회 완충 주행가능 거리나 전비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조사 측에 별도 문의를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통해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국에너지공단 측에서는 당장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전기차에 표기된 전비 라벨을 확인하면 ‘복합 충전 주행거리’라고 해서 상온 기준으로 파이브 사이클(도심·고속·급가속·급감속·에어컨 가동 등)에 기반해 측정한 것을 보정해 전비를 표기하고 있다”며 “저온 상태의 전비 안내는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당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다소 미흡한 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상온 전비만 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는 영하 5.6도나 영하 6도 정도에서 효율이 상온 상태에서보다 30%에서 40%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내용이 운전자 매뉴얼 등에 분명히 표기가 돼 있을 것인데,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사 측은 상온에서 측정한 전비만 표기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성능이 좋다고 호도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 한 가지 문제는 (우리나라의 겨울철) 실제 기온은 영하 10∼15도까지도 내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배터리 효율이 영하 5∼6도인 상태보다 더 떨어지기도 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의 전기차 정보 제공이 미흡한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이거나, 아닌 것을 기준으로 차량의 저온 상태 전비를 안내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도외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차량에 대해서는 상온과 저온 전비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 여부를 O, X로 표기해 소비자들이 최소한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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