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대 적응의 어려움이 비단 고령층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메타버스 등 IT기기·서비스에 익숙한 ‘MZ’ 청년 세대들 역시 일자리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에서 급격한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고령층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가 발표한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일반인 100% 기준)은 68.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전환 시대 적응의 어려움이 비단 고령층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메타버스 등 IT기기·서비스에 익숙한 ‘MZ’ 청년 세대들 역시 일자리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 디지털 전환이 부른 일자리 감소, 청년도 예외 아냐… 소상공인 청년들은 경제적 부담도

먼저 IT기기 및 기술들에 익숙한 청년세대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갖는 어려움은 바로 ‘일자리’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들이 다양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만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아직 확실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주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등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거 대학생 아르바이트 자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패스트푸드점은 이제 키오스크 등 무인 계산기의 도입으로 아르바이트생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삼성증권에서 2019년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국내 대표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롯데리아 68% △맥도날드 62% △버거킹 77% △KFC 98%로 집계됐다.

노동분야 전문가들 역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한 자동화 기기가 급증할 경우, 청년들의 신규 채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2021)’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국내 제조업의 노조는 디지털 전환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면서 도급 용역 사내하청 소사장제를 묵인하는 소극적 전략으로 대처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제조업에서 자동화 비율은 높아지고 청년들의 신규채용은 중단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자신만의 가게나 벤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층에게도 디지털 전환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등 경쟁 업체들의 경우 이미 AI음성비서 서비스 등을 통해 실시간 주문을 받고, 다양한 앱(App)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지만 영세사업자 청년들의 경우 이 같은 디지털 전환 서비스들의 도입이 비용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벤처연구원(KOSI) 남윤형 수석연구위원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 전략(2021)’ 보고서에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 디지털화는 아직 기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20~30대의 젊은층에서 자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도래로 새로운 일자리가 다수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대학생 등 청년층의 핵심 일자리였던 아르바이트 등 계약직의 경우, 키오스크와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뉴시스

◇ 디지털 전환시대 ‘교육 격차’도 청년들에겐 부담

단순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교육’에서도 청년들의 애로사항은 존재한다. 온라인 강의, 원격 수업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청년층과 학생들의 경우, 일반 학생들과 교육의 ‘빈부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 청년 및 학생들에게 디지털 전환이 교육 부문에서 편리함보다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저소득층 청년들의 경우 고가의 IT기기를 구매하기 힘들어 디지털 전환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수업이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 능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 2020년 4월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저소득층 부모의 59%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당시 자녀가 디지털 교육 장벽에 직면했다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비전공자 청년들의 경우, 디지털 전환 시대가 다가오면 더욱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컴퓨터나 공과대학 등 IT전공이 아닌 인문학과, 일명 ‘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청년들의 경우, 디지털 전환 시대에 아무리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 진다하더라도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한 코딩교육전문기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들어 디지털 전환 등의 영향인지 코딩 관련 교육을 받기 위해 지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비전공자는 전체 지원자의 30% 정도나 된다”고 말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발표한 ‘청년의 관점으로 보는 디지털 전환(2022)’ 보고서에서도 저자로 참여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술 진보와 플랫폼 사업모델로 디지털 생태계는 만들어졌으나,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속성에 반하는 ‘플랫폼 독점과 디지털 생태계와 일치하지 않는 교육시스템에 따른 혁신의 둔화로 진화가 멈춘 상태”라며 “많은 청년이 저임금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내몰리며, 플랫폼 독점과 시대에 부적합한 교육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에서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 전환의 애로사항이 일자리, 교육 등의 분야에서 청년층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도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청년 지원정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 정부, 스타트업 지원 및 IT비전공자 교육 등 디지털 전호나 시대 청년 정책 마련 고심

이처럼 고령층에서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 전환의 애로사항이 일자리, 교육 등의 분야에서 청년층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청년 지원정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해 12월 2일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청년 지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총 15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통해 119명의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한 이번 지원정책은 △튼튼한 도전기반 조성 △더 큰 성장무대 제공 △세계를 향한 도약의 발판 마련 등의 3대 전략으로 구성됐다.

이번 청년 지원정책을 기반으로 정부는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시기인 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구직사이트에 대한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줄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취업률 증진을 위해 출연연·스타트업 인턴십 및 글로벌 인턴십·교육에 각각 3,000명과 28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 인턴 채용 시 기업에 기술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디지털 비전공자를 위해선 디지털 배움터 내 디지털 전환 교육과정도 확대된다.

청년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 시대 적응을 위해 온라인 홍보·빅데이터·인공지능 활용교육 등 디지털 전환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솔루션 도입과 실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TV홈쇼핑 입점 시 판매수수료 경감, 라이브커머스 입점 지워과 우체국 계약소포 요금 할인 혜택도 제공해 경제적 부담도 덜어준다는 목표다.

아울러 청년들의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 창업교육, 자금‧투자‧마케팅 및 해외진출 지원 등 기존 창업 지원사업을 청년 스타트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문턱은 낮추고 특화지원은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청년 임대주택 및 지역 청년 활동 지원시설 등에 5G 28GHz, 공공와이파이, 초고속(100Mbps급) 인터넷망 등 최첨단 통신망 우선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KIF(Korea IT Fund) 내 400억원 규모의 청년기업 특화펀드 조성과 선배 디지털 기업인들의 ‘디지털 청년 동행 키다리아저씨 재단’ 설립 지원 등 민·관 협업 지원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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