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의 전반적인 판매실적 판도가 연초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많은 차량들이 몰린 서울 명동의 도로 모습. /뉴시스
국내 자동차시장의 전반적인 판매실적 판도가 연초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많은 차량들이 몰린 서울 명동의 도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해 들어 국내 자동차시장의 ‘성적표’가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변수가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이 연말엔 어떤 결과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 그랜저·카니발 순위 뚝… 상용차가 1·2위 꿰차

지난 2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은 현대자동차 포터다. 포터는 2월에만 7,99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위는 6,230대가 판매된 기아 봉고Ⅲ다. 상용차가 나란히 1·2위를 꿰찬 것이다.

반면, 지난해 5년 연속 국내 승용차부문 판매 1위를 달성한 그랜저는 지난 1월 판매실적이 1,806대에 그쳤고, 2월에도 4,490대로 예년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만3,000여대가 넘는 연간 판매실적으로 그랜저에 이어 2위에 올랐던 기아 카니발 역시 2월 판매실적이 3,127대에 그쳤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2월까지 누적 판매실적 순위에서도 평소의 판도를 찾아보긴 어렵다. 1위는 1만3,438대의 포터, 2위는 1만750대의 봉고Ⅲ다. 상용차를 제외하면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80이 유일하게 1만대가 넘는 1만156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G80은 지난해 5만9,463대의 판매실적으로 승용차부문에서 7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다시 G80의 뒤를 잇는 것은 기아 쏘렌토(9,842대), 현대차 아반떼(9,134대), 기아 스포티지(8,236대), 현대차 팰리세이드(8,202대) 등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 1·2위를 차지한 그랜저와 카니발은 승용차부문에서 5위권에도 들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랜저와 카니발의 인기 및 수요가 순식간에 급격히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 대란이 꼽힌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의 주요 모델들은 나란히 출고대기가 상당한 상황이다. 필요한 반도체 및 수급 상황, 그리고 대기 현황에 따라 기간은 다르지만 적잖은 기다림이 있어야 구입한 차량을 만날 수 있다. 

이에 빠른 출고를 위해 다른 차량을 선택하기도 하고, 심지어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올라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포터와 봉고Ⅲ가 두각을 나타낸 이유도 반도체 대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덜한 측면 때문으로 풀이된다. G80 역시 비슷한 수준의 국산·수입 프리미엄 모델에 비해 출고대기가 짧은 것이 판매실적 순위 상승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다. 전동화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설비공사 또한 국내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흔드는데 힘을 보탰다. 현대차는 1월 한 달여 동안 아산공장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중 일부를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설비공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곳은 그랜저와 쏘나타가 생산되는 곳으로, 두 모델의 1월 판매실적은 이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점은 반도체 수급 대란이 다소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 돌발변수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라는 업계 차원의 변화 물결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인 국내 자동차시장이 연말에 어떤 성적표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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