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의 두 번째 산문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의 김봄 작가가 두 번째 산문집을 선보였다. ‘너, 뭐 먹고 살쪘니?’(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 저자 김봄 / 펴낸곳 어마마마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의 김봄 작가가 두 번째 산문집을 선보였다. ‘너, 뭐 먹고 살쪘니?’(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 저자 김봄 / 펴낸곳 어마마마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의 김봄 작가가 두 번째 산문집을 선보였다. ‘너, 뭐 먹고 살쪘니?’가 그 주인공이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이 책의 주연은 ‘음식’이 아니다. 침이 고이게 하는 레시피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은 조연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 그 음식을 사주거나 만들어준, 혹은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첫 번째 산문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보여줬던 김봄 작가 특유의 솔직함과 발랄함은 두 번째 산문집 ‘너, 뭐 먹고 살쪘니?’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책에는 김봄 작가가 프랑스 친구들과 동네 막국수 가게를 돌면서 함께 식사를 했던 일화를 비롯해, 중학교 때부터 떡볶이를 먹기 시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부부싸움을 하고 새벽 일찍 집을 나간 엄마 때문에 아빠가 김밥을 싸줬던 추억도 담겼다. 작가는 이날 아빠가 싸준 김밥을 “김에 맨밥만 넣고 말아도 이것보다는 나을 거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김밥 그래서 더 그리운 그때의 아버지’라고 추억했다.

이 외에도 짝사랑했던 체육 선생님이 사주신 돈까스, 친구들과 불화로 불쑥 떠난 여행에서 맛봤던 주꾸미, 비 오는 날 어머니가 부쳐주었던 채소 부침개까지.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음식을 넘어 추억 속 사람들을 더듬어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음식은 내 몸의 살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내 영혼의 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홀연히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즈음 나는 내가 뭘 먹고 살이 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몸에 대한 반성이 아니다. 기억을 들추는 일이며, 누군가를 추억하는 일이다. 살이 오른 내 몸을 찬양했던 연인도, 음식을 두고 환호했던 순간도, 울컥 솟구치는 감정을 다잡던 기억들도 되살아났다. 그랬다. 나는 음식을 먹고 살만 찐 게 아니었다”고 썼다.

그렇게 즐거운 책읽기를 마치고 나면, 당신은 추억 속의 음식을 배달시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추억에 묻어두었던 누군가가 잘 지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질 수도 있다. 묻었던 추억은 다시 살아날 것이고, 잊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떠오를 것이다. 추억과 사람을 되살리는 힘, 이 책에는 그런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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