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잇달아 주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잇달아 주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소액주주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사조산업에 이어 이번엔 사조오양도 ‘주주 행동주의’를 앞세운 사모펀드와 충돌을 빚게 됐다. 주주친화정책 강화라는 사조그룹의 당면과제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모습이다. 3세 시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주지홍 부회장의 어깨도 한층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주주 행동주의’ 차파트너스, 사조오양 정조준

‘주주 행동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이 오는 24일 개최될 예정인 사조오양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에 나서는 등 공세를 시작했다.

차파트너스는 2018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를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에 나서 ‘한국판 엘리엇’이란 평가를 받는 등 주목을 끌었던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요 임직원들이 2019년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토비스를 향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등을 문제 삼으며 주주제안에 나선데 이어 이번엔 사조오양을 타깃으로 삼은 모습이다.

차파트너스는 사조오양의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돼왔을 뿐 아니라,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주주제안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사조그룹이 사조오양을 인수한 2007년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16억원이었던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1,969억원으로 120배 증가했으나 주가는 크게 하락해 1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차파트너스는 사조오양의 배당성향이 4~8%대에 불과해 시장평균인 40%보다 크게 낮고, 일반주주에게 지급된 누적 배당금 총액이 20억원가량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차파트너스가 제시한 주주제안은 △현금배당 주당 500원 △집중투표제 도입, 분기배당 도입, 내부거래 승인 규정 신설 등 정관 변경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사주 100억원 매입 △자발적 상장폐지 등이다. 

사조오양은 이러한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제시했다. 

사조오양 측은 우선 배당과 관련해 “2017년 이후 꾸준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정책을 실현하고 있고, 이번에도 전년 대비 133% 증가한 금액으로 배당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정관 변경에 대해선 “상법에서 요구하는 기본 규정들을 준수한 정관을 마련해놓고 있고,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의 분리 선출과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을 비롯한 ESG위원회 구성 등을 위한 근거 규정 변경 등 일부 정관 개정을 준비 중에 있으므로 해당 주주제안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검증을 거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배당금 상향 지급과 미래 지속가능기업으로의 준비를 위한 설비투자 등 보다 기초적인 자원배분 이행을 하고자 하며 준비되지 않은 채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유동성 및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진 상장폐지 역시 “주주전체의 이익과 주식회사 사조오양의 임직원의 사기차원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사조산업 이어 사조오양까지… 사조그룹의 ‘무거운 숙제’

이처럼 사조오양에서도 주주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민감한 주주제안까지 제시되면서 사조그룹은 더욱 난처한 입장이 된 모습이다. 

사조그룹은 지난해 사조산업이 소액주주와의 갈등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사조산업이 자회사를 통해 오너일가 소유의 부실 골프장을 흡수합병하려 하자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던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이를 저지했을 뿐 아니라 이후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여갔다. 

소송을 제기해 주주명부를 확보한 뒤 주주서한을 발송했으며,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이사 후보 추천 △주진우 회장 등 경영진 해임 △자사주 소각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지분 쪼개기, 정관 변경 등의 꼼수를 동원해 이른바 ‘3%룰’을 무력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제압했으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사조산업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현금배당 규모를 두고 소액주주 측과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사조오양에서 터져 나온 주주 불만은 이 같은 사조산업에서의 갈등과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사조그룹의 입장이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사조오양은 지난해 사조산업의 ‘방어전’을 지원하기 위해 102억원을 투입해 사조산업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차파트너스는 “이는 20여 년간 일반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5배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더구나 현재 3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조오양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금배당을 제안하면서도 “사조산업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그룹 차원에서 주주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3세 시대를 본격화하고 나선 주지홍 부회장의 어깨 또한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후계 행보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주지홍 부회장은 올해 초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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