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제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0.7%p의 근소한 격차로 패배한 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도 해단식을 가졌다.

이 후보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가진 선대위 해단식에 당을 상징하는 파란 넥타이를 매고 참석해 당직자 및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감사를 표했다. 인사말을 하기 전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본부장 그리고 비서실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윤소정 씨의 인사를 듣는 내내 이 후보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한 당직자가 꽃다발을 건네주자 그는 “뭐 진 사람한테 꽃다발을 주냐”며 어색하게 받아들기도 했다. 품에서 원고를 꺼내 당원들 앞에 선 이 후보는 원고는 거의 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본 채 담담하게 인사를 시작했다. 일부 당직자가 ‘이재명’을 연호했으나 금세 조용한 분위기로 이 후보의 마지막 인사를 경청했다.

그는 “우리 선대위 상근자들을 포함해서 자원봉사자 그리고 전국에 지지자 여러분, 우리 이낙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을 포함해서 정세균, 추미애, 김두관, 박용진 전 후보, 그리고 김동연 후보, 송영길 대표, 그리고 우상호 총괄본부장, 여러 의원들께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대위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며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서 진 것이다.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고 패배의 책임을 본인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기 바란다. 제 진심이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저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는다. 지금의 이 선택도 우리 국민들의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우리가 부족한 것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들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당선자를 향해서도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리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라며 “국민 여러분 그리고 지지자 여러분, 당원 여러분. 제가 부족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송영길 당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송영길 당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연호하며 오열하기도

원고를 다시 품에 넣은 이 후보는 연설을 듣고 있던 송 대표, 이 총괄선대위원장, 우 본부장과 포옹하며 해단식을 마무리했다. 송 대표와 우 본부장은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이 총괄선대위원장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당사를 떠나는 이 후보를 배웅하기 위해 1층 앞마당에 모인 당직자와 지지자들은 ‘이재명 파이팅’ 등을 외쳤고, ‘이재명’을 연호하며 오열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이 후보에 앞서 해단 인사를 전한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누구보다도 이재명 동지께서 참으로 수고를 많이 하셨고,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고 계실 것이다. 여러분, 이재명 동지께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먼저 보내 달라”고 위로하며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도 많이 변하고 다양해졌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이제부터 민주당은 지혜와 결단을 요구받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날씨는 오늘로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어린 직감을 하고 있다”며 “동지 여러분의 지혜와 용기로 잘 이겨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 대표는 “정권교체의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득표율, 47%가 넘는 득표율, 1,600만 명이 넘는 국민께서 우리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지지를 해 주셨고, 대통령 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표, 0.73% 차로 당선자가 결정됐다”며 “영점 몇% 차로 All or Nothing이 되는 대통령 구조,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적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다. 그래서 선거 때 저희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과제가 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 본부장은 아쉬운 감정에 말을 잇기가 어려운 듯 천천히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이 행복했다. 이재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우리는 패배했지만, 우리의 꿈과 우리의 비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면서 “마지막 청계광장에서 수많은 시민이 함께 상록수를 부르면서 외쳤던 우리의 마음, 열정, 도전 의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좌절하고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또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후 당사를 떠나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후 당사를 떠나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당분간 칩거 들어갈 듯

이 후보 비서실에서 자원봉사자를 한 윤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도 당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유리문 너머 팀원들이 업무 준비할 것 같다. 비어버린 사무실이 어색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패하신 후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며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헤어지지만 각자의 길에서 힘을 길러서 더 큰 싸움을 준비하자’고 말하셨다. 그 말씀처럼 어제는 패배했지만 오늘은 패배를 털고 내일 더 큰 싸움에서 이길 준비를 하겠다”고 지난 2017년 이 후보가 했던 말을 인용했다.

이어 “저희는 드넓은 세상과 이 많고 많은 시간 가운데, 이곳에서 후보님과 함께 같은 꿈을 꾸고 같이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이제 여기 있는 모두가 캠프에서의 생활 뒤로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보님의 꿈이자 국민의 꿈인 공정한 세상,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힘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씨가 “후보님 뒤돌아보지 마시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세요. 함께할 수 이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하는 동안 이 후보는 감은 눈을 뜨지 못하고 박수를 쳤다. 윤 씨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송 대표와 우 본부장의 눈시울도 붉어졌으며, 몇몇 당직자들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가 떠난 후에도 남은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아쉬움이 남은 얼굴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느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끝이 아니다. 이제 수습을 시작해야한다”고 말하며 기자들을 향해서도 웃는 표정으로 “앞으로는 더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당사를 떠난 이 후보는 정치적 책임을 떠안고 당분간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선거운동 기간 중 “저는 아직 젊다”며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으므로 향후 재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적지 않은 지지를 받은 이 후보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지휘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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