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제20대 대선이 0.73%p 근소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결론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이양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율 40%대를 기록하며 ‘6공화국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부’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대통령으로도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말년 없는 정부’,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 중
문 대통령은 임기말 높은 지지율을 구가했으나, 윤 후보(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인해 문 대통령의 퇴임길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개혁 실행의 적임자로 보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임명했지만, 정권교체의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집권 시 적폐 청산 수사’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인가”라며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칼’이 정권교체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게 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말년 없는 정부’를 표방하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정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남은 임기 2개월 간 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는 새 정부의 연착륙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5년 전 인수위 없이 출범해 겪었던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새 정부가 겪지 않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이미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 비서실별로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차기 정부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을 직접 지휘한 바 있다.
경제·안보·방역 등 주요 국정에 대해선 새로운 정책 결정보다는 새 정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문재인정부의 정책 성과를 정리해 넘기는 작업들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퇴임 후에도 현 정부 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는 중요 사안을 협의할 경우, 청와대와 인수위 간 미묘한 긴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 ‘불편한 동거’ 넘어 충돌 가능성도
윤 당선인은 취임 후 20일 안에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말 일본 도쿄에서 예정된 쿼드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방한을 타진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인수위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 개최 논의를 해야 한다.
특히 정상회담 준비에는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되기에,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의견을 반영해 백악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 시점과 의제, 공동성명 내용 등 세부 논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윤 당선인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한 미국 중심의 국제공조 방안 등 첨예한 이슈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경우 청와대와 인수위의 조율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4일 ‘사적모임 인원 6인, 식당·카페 영업 오후 11시’를 골자로 한 거리두기 조정안을 마지막으로 발표한 바 있다. 20일 만료를 둔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새 방침은 당선인 측과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다중이용시설 24시간 허용 등의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인수위와 청와대 간 견해 차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인 측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현 정부의 지난 5년 국정 성과를 전면 부정하려 들 경우 ‘불편한 동거’를 넘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폐지, 나아가 탈원전 정책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과거 노무현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퇴임 전 정부조직법 개정 요구와 대통령기록물이관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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