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징계 조치 재가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문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
20대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승리로 결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이양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제20대 대선이 0.73%p 근소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결론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이양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율 40%대를 기록하며 ‘6공화국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부’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대통령으로도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말년 없는 정부’,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 중

문 대통령은 임기말 높은 지지율을 구가했으나, 윤 후보(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인해 문 대통령의 퇴임길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개혁 실행의 적임자로 보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임명했지만, 정권교체의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집권 시 적폐 청산 수사’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인가”라며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칼’이 정권교체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게 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말년 없는 정부’를 표방하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정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남은 임기 2개월 간 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는 새 정부의 연착륙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5년 전 인수위 없이 출범해 겪었던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새 정부가 겪지 않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이미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 비서실별로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차기 정부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을 직접 지휘한 바 있다.

경제·안보·방역 등 주요 국정에 대해선 새로운 정책 결정보다는 새 정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문재인정부의 정책 성과를 정리해 넘기는 작업들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퇴임 후에도 현 정부 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는 중요 사안을 협의할 경우, 청와대와 인수위 간 미묘한 긴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당선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br>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당선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불편한 동거’ 넘어 충돌 가능성도

윤 당선인은 취임 후 20일 안에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말 일본 도쿄에서 예정된 쿼드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방한을 타진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인수위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 개최 논의를 해야 한다. 

특히 정상회담 준비에는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되기에,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의견을 반영해 백악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 시점과 의제, 공동성명 내용 등 세부 논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윤 당선인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한 미국 중심의 국제공조 방안 등 첨예한 이슈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경우 청와대와 인수위의 조율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4일 ‘사적모임 인원 6인, 식당·카페 영업 오후 11시’를 골자로 한 거리두기 조정안을 마지막으로 발표한 바 있다. 20일 만료를 둔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새 방침은 당선인 측과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다중이용시설 24시간 허용 등의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인수위와 청와대 간 견해 차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인 측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현 정부의 지난 5년 국정 성과를 전면 부정하려 들 경우 ‘불편한 동거’를 넘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폐지, 나아가 탈원전 정책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과거 노무현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퇴임 전 정부조직법 개정 요구와 대통령기록물이관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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