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제20대 대선에서 석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내 수습을 시작했다. 특히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되면서, 이달 말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선거 회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 ”대선 지지호소 때의 강도로 감사 표하겠다”

윤호중 위원장은 11일 오후 국회 본관 예결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를 열고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거듭 죄송하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민주당 국회의원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는 다 함께 책임 정치의 일로에 매진해야 한다. 당 정비는 정비대로 하되 민생과 국민을 위한 일도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다독였다.

이어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오일쇼크 위기 극복에 당이 집중하고, 민생을 더욱 가까이서 지키겠다”며 “국민통합도 중요한 과제인만큼 위기 극복을 위해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이루는데 힘을 모으겠다. 또한 선거기간 중 국민통합 위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약속했던 여러 개혁 법안들 의안들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마주할 냉혹한 현실을 견뎌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분들 집단지성 발휘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내주까지를 ‘감사와 반성의 주간’으로 설정하고 전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국민을 만나 성찰의 시간을 갖자는데 뜻을 모았다. 윤 위원장은 “전 지역위원회에서 선거운동 때와 같은 강도로 지지해 주신 분들에게는 감사의 뜻을 전하고, 우리를 지지하지 않고 따끔하게 회초리를 드신 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그 뜻을 잘 새겨 더 좋은 민주당이 되겠다는 것을 알리는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 비대위, 당내통합 위해 ‘콘클라베’ 결정

또한 25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원내대표 후보자들이 입후보하기보다 교황 선출 방식을 도입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172명 의원이 자기가 원하는 원내대표를 써내서 과반이 나올 때까지 숫자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입후보하게 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의원들의 편이 나뉠 수도 있고 과당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서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금의 우리 당의 모습과 괴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인 콘클라베는 이탈리아 대선에서도 활용되는 방식으로, 의원들이 따로 입후보를 하지 않고 각자 원하는 원내대표 후보를 적어 제출해 2/3 이상 또는 과반의 득표를 얻은 후보가 나올 때까지 반복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1~3차 투표까지는 2/3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출되며, 여기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4차부터는 과반의 득표자를 뽑는다.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한 후 가장 우려를 산 지점이 패배 책임론과 쇄신 요구의 소용돌이가 계파갈등으로 불거지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패배 후 인사부터 11일 SNS를 통해 거듭 “패배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부족한 저에게 있다. 그러니 혹시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부디 이재명의 부족함만을 탓해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와 경합을 벌인 후 이번 대선에서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향을 끼친 이낙연 전 대표와 40%대의 높은 지지율로 레임덕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에 기댄 친문계가 다시 당권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내홍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 우려가 현실화되기 가장 좋은 원내대표 선출에서 입후보 방식을 없애 버리면서 계파가 나뉠 상황을 사전 차단한 셈이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지방선거가 1차 고비

민주당은 내주까지 ‘감사와 반성의 주간’이라고 한 주간 성찰의 시간을 갖자고 했지만, 사실상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숨가쁘게 달려야 한다. 11일 윤 위원장에 따르면, 가능하다면 13일까지 비대위 인선을 마치고 오는 14일 월요일부터는 비대위가 완전체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1일 저녁부터 약 48시간 안에 8~9명의 비대위 인선이 끝나고 하루 만에 비대위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오는 25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기 전 남은 두 주 동안 당내 수습을 하고 3월 임시국회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최소 정수를 3인으로 하는 중대선거구제 법안과 손실보상 관련 법안 등에 대한 입법을 차질 없이 추진한 후 6월 지방선거, 8월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 까지가 이 비대위의 중책이다.

대선 패배 이후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러야 하지만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비대위 임기를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로 하는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 패배의 상처를 추스를 틈도 없이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도 패한다면, 2022년 총선에서 거대 야당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6∙1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생존과 직결되지 않겠느냐”는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다만, 이번 대선이 아쉬운 패배였기 때문에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보다는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아냈다는 의미에서 큰 내분 없이 질서 있는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유시민 작가 역시 개표 방송에서 “매우 근소한 패배이기 때문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으로서 성찰할 건 성찰하고 고칠 건 고칠 것이다. 정계 개편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대선에서 석패한 이 후보가 직접 이번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후보 등으로 출마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송영길 전 대표가 사퇴 전 이 후보를 상임고문에 위촉한 만큼 본인이 나서기 보다는 지방선거를 지원한 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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